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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나는 조용히 사라지기로 했습니다(私はおとなしく消え去ることにします)》 79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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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8 04:00 (2019/11/30 16:30 수정)
저자 : 키리에(きり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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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아가……씨…….”
(음~. 졸려……누, 구……)
“으음…….”
누군가 몸을 흔들어서 나는 자고 싶다고 호소하는 머리를 각성시켰다.
“아가씨…….”
“루카……?”
루카가 내 몸을 흔들고 있었다.
“아가씨.”
“루카?”
루카의 변하지 않는 표정은 평소와 같지만, 아무래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 음산한 기운이 뒤에 보이는 것 같다.
“무, 무슨 일이야?”
영문도 모른 채 이렇게 말하자 루카는 드물게 미간을 찌푸렸다.
“아가씨,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어?”
그때 복도가 소란스러워졌다.
“아가씨, 살려줘!!!”
“라, 라룸?”
문을 날려버릴 기세로 구르듯 들어온 건 라룸이었다.
“아가씨!!”
라룸이 내게 달려들려고 할 때였다.
라룸의 목덜미를 꽉 움켜잡은 손이 있었다.
“라룸!!!!”
악마와 같은 목소리를 내며 내 방에 들어온 건 아버지였다.
“아, 아버지…….”
아버지의 뒤에도 음산한 무언가가 보였다.
“루셰, 잘 잤니.”
생긋.
미소를 보여줬지만 엄청나게 무섭다.
“아, 안녕히 주무셨어요.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라룸을 그렇게 잡고…….”
“루셰.”
“네.”
아버지가 너무나도 진지한 얼굴로 내 이름을 불러서 나도 모르게 등을 꼿꼿이 세웠다.
“이 남자가 무슨 짓을 하지 않았니. 말해보렴.”
“네?”
(대체 무슨 말이지)
“아, 아버지? 무슨 일이에요?”
“루셰, 어째서 이 남자가 루셰의 방에 있었냐아아아아아아!!”
아버지가 갑자기 울상이 되어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더구나 손까지 잡고 있었어어어어어어!!! 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떨면서 내게 다가와 나를 껴안았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라룸을 다시 봤다.
“…….”
라룸은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웃고 있었다.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됐다.
“아버지, 저는 어젯밤 악몽을 꿨어요. 그 때문에 라룸이 계속 같이 있어 준 거예요. 그 뿐이에요.”
“저, 정말이니!?”
아버지는 반듯한 얼굴이 아까울 정도로 추레해졌다.
“그러니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아무도 믿어 주지도 않고!!”
라룸이 진심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시끄럽다!”
그냥 애들 싸움이다.
“정말. 아버지도 참…….”
나는 두통이 올 것 같았다.
“그럼, 이제 괜찮죠?”
“그래. 라룸은 이리 와라. 루셰, 나중에 보자꾸나.”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면서 라룸을 질질 끌고 방을 나갔다.
“어째서 나는 질질 끌려가는 거야아아아아!!!!”라는 단말마가 들렸는데, 뭐라고 할까. 무사하길 바랄게.
“아가씨…….”
“왜에?”
루카의 무표정이 조금 침울해진 것 같이 보인다.
“……어째서 저를 부르지 않았습니까?”
“……루카, 너 삐졌어?”
그리 말하자 루카는 얼굴을 살짝 돌렸다.
(이거 삐졌구나……)
“미안해, 루카. 마침 라룸이 있어서 그랬어. 다음부터 너를 부를게……. 기분 풀었으면 좋겠어.”
“……꼭이에요.”
“응. 알겠어.”
나는 이렇게 말하고 루카의 손을 잡았다. 루카는 이걸로 만족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 * *
그날 밤, 모두가 잠든 가운데 루카는 주방에 가서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
말없이 볼(Bowl)에 넣은 반죽을 뒤섞는다.
(그 남자……)
반죽을 뒤섞는 손이 빨라졌다.
(아가씨를 건들다니……)
아가씨를 깨우러 방에 들어간 순간, 진심으로 죽여줄까 생각했지만, 주인님의 부하라서 간신히 참아냈다.
아가씨는 리스틸 공작령에 들어와서 분위기가 조금 변했다. 뭐가 어떻다는 건 아니지만, 어른스러워진 느낌이 든다.
(안색이 안 좋아……)
최근 비쳐 보일 정도로 하얀 피부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가르디아 제국에서 구혼한 것 때문이다. 위령하러 다녀오고 나서는 더욱더 생각이 많아진 것 같다.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는데……)
옛날부터 총명한 분이었다. 아가씨와 동년배의 아이들이 보통 어떻게 행동하는지 모르겠지만, 글렌 공자를 보면 아가씨는 상당히 차분하시다. 그래도 아이같은 면도 있으니 방심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나와 달리 상냥한 아가씨다. 피로 얼룩진 길을 걷지 않았으면 하는 예쁜 아가씨. 그래도 리스틸 공작가 첫째인 이상 그건 허락되지 않는다. 아스테리아 왕국의 방위는 분명 앞으로 아가씨의 마음에 계속 그림자를 만들 것이다. 대신해드릴 수도 없다.
단, 가르디아 황제의 구혼 건은 별개다.
그때 연회에서 만났던 가르디아 황제에게는 살의만 있었다. 아무리 마님의 동생이라 해도 가르디아 황제인 시점에서 적이다.
아가씨는 녀석 때문에 요슈아 사건으로 한동안 의식불명이 되었다. 그때 느꼈던 것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다. 잃을 지도 모른다는 그때의 감각은 이제 두 번 다시 느끼기 싫다.
루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죽였어야 했어……)
처음부터 그것이 가르디아 황제 본인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아가씨를 건드린 순간 즉시 죽였을 텐데.
급기야 아가씨에게 키스까지…….
(아가씨가 언젠가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릴 것은 알고 있어. 그래도 그건, 그런 것에게 내주기 위한 것이 아니야!!)
언젠가 아가씨를 제일로 생각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그래서……. 그렇다면 나는 역할을 끝낸다. 그림자로 돌아간다.
(그걸로 됐어. 그때까지는 반드시 지켜 내겠어……)
루카는 볼의 반죽을 틀에 넣고, 그대로 알맞은 온도가 된 가마에 넣었다.
역자의 말.
볼(Bowl)은 냉면 먹을 때 나오는 그 스텐 사발처럼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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