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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웹소설판 5장 44화입니다. 43화까지만 보이길래 뒷 내용이 궁금해 읽는 겸해서 번역했습니다.
원문을 읽으면서 그대로 옮겨 적는 수준에 검수를 하지 않았지만, 내용을 파악하는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공지글에도 써놨지만 퍼가는 것은 무조건 금지합니다. 번역 실력이 출중한 것도 아니고 라이센스를 받은 것도 아니니 긁어서 퍼가는 건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단, 글의 링크를 남기는 것은 괜찮습니다.
원본 주소 http://ncode.syosetu.com/n2267be/361/
제5장 44 『터놓고 말해 보자』
거수하는 오토의 폭탄발언에 실내에 있던 전원이 경악한다.
실재를 의심했던 ‘예지의 서’, 그 실재의 증명이 다름 아닌 내부에서 고백한 것이다. 놀라는 것은 당연―― 그 중에서도 스바루의 놀라움이 가장 크다.
“어… 째서 네가 ‘예지의 서’를 갖고 있어?”
“우선 오해가 없도록 이유를 알려 드릴게요. 분명 ‘예지의 서’……라고 불리는 것을 도시로 반입한 것은 제가 틀림없지만, 그 소유자가 저라는 것은 아닙니다. 마녀교의 요구도 깜짝 놀랐어요.”
“그렇다고 불리는 것이라니 좀 이상하데이. 무슨 의미야?”
동요하는 스바루에게 대답한 오토, 그 말꼬리를 잡아 아나스타시아가 묻는다. 그에 응해 오토는 모두를 둘러보며
“여러분은 ‘예지의 서’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간단히 말하자면, 마녀교주가 소유하는 복음서…… 그 자의 미래를 기록하는 수상한 예언서지만, 그것의 원서라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정확성의 격이 다르다는 소문으로요.”
“복음서의 원본인가. 이런 말은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딘가 용력석의 예언과 가깝다는 것을 느끼네. 신빙성과 다루는 자의 입장은 크게 다르지만.”
“나는 그 용력석도 복음서도 실제로 미래를 기록하는 순간을 본 것은 아니라 뭐라 할 수 없습니다만…… ‘예지의 서’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어요. 제가 입수한 시점에서 책은 그 대부분이 불에 타 잔해와 같은 상태여서요.”
“타고 남은 잔해…….”
오토의 발언에 스바루의 머릿속에 두 권의 ‘예지의 서’의 말로가 떠오른다.
베아트리스가 소유하고 불에 타버린 금서고와 같이 소실한 한 권. 그리고 로즈월이 소유하고 람에 의해 불탄 ‘성역’에서 잃어버린 한 권.
작성자인 에키드나의 발언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는 힘들지만, 그녀의 말을 믿는다면 ‘예지의 서’는 두 권―― 어느 쪽도 불타서 사라졌을 것이다.
오토가 입수했다는 것은 즉 그 타다 남은 것이겠지.
“그렇구만. 그래서 드디어 내도 오토군이 그것을 프리스텔라에 가져온 이유를 알겠어. 복원술사 다트를 찾아갔다 이거네?”
“……그런 겁니다.”
앞서 결론에 도달한 것 같은 아나스타시아에게 오토가 짧게 답하며 긍정했다. 그 모습을 보고 율리우스나 라인하르트도 이해한 모습을 보였지만, 스바루에게는 들은 적이 없는 단어가 나왔을 뿐으로 자세한 것은 모른다.
“나만 빼놓지 말라고. 그 복원술사라는 건 뭐야?”
“말한 그대로 물건을 복원하는 양마법에 특화한 술사야. 그 중에서도 이 도시에 있는 다트는 그 길에서 유명한 사람이야. 반 이상 타버린 책이라도 시간만 들이면 상당한 복원률을 기대할 수 있지.”
“그 다트 씨에게 연락을 해서 ‘예지의 서’의 잔해를 맡겼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책은 다트 씨의 작업실에 보관되어 있을 겁니다.”
오토의 증언에 의해 드디어 존재가 밝혀진 ‘예지의 서’.
“그렇다 치고 오토형씨는 어느새 그런 녀석하고 만났어?”
“어제 뮤즈상회에서 교섭이 깨진 후예요. 여러분과 헤어져서 단독행동을 하게 됐을 때 다트 씨를 찾아갔습니다. 은밀히 이야기를 했는데 상당히 내켜해서 맡겼습니다만…….”
그 결과, 오늘의 소동으로 ‘예지의 서’가 나오자 오토도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 설명으로 소실했을 터인 ‘예지의 서’가 현존하는 이유와 그것이 도시에 반입된 이유는 이해가 됐다. 단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오토의 그 행동의 진의다. 어째서 그는 ‘예지의 서’를 복원하려고 한 것인가.
솔직히 스바루는 ‘예지의 서’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다.
작성자가 에키드나라는 것도 그렇고, 마녀교가 소지한 복음서와 통하는 것이 있는 검은 책이다. 베아트리스가 수백년간 금서고에 얽매인 원인이기도 하고, 로즈월이 ‘성역’을 포함한 폭거를 기획한 계기이기도 하다.
소실 소식을 들었을 때 잘됐다고 한 것이 스바루의 본심이었다.
“입수 경위나 복원의 목적 등의 자세한 것은 생략할게요. ‘예지의 서’의 실재와 현재 소재를 밝히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 이상은 진영 문제니까요.”
“마녀교의 한 집단이 적어도 목적의 하나로써 ‘예지의 서’를 내걸고 있어. 그 점에 대해 책임소재는 어떻다고 생각해?”
“마녀교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마녀교 이외에게 물을 것이 아니라고 봐요. 그런 말을 하면 저도 짓궂은 말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만.”
율리우스의 추궁에 오토는 의연한 태도를 고수한다. 그 오토의 시선이 아나스타시아에게 향하는 것을 보며 율리우스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미안하다. 쓸데없는 말을 했어. 물론, 그대들에게 그 책임을 물을 셈은 아니야. 그들이 범한 죄는 그들에게 벌을 내리는 것으로 속죄시켜야 할 것이야.”
“동감입니다.”
율리우스의 강한 말에 수긍하며 오토가 스바루 쪽을 슬쩍 본다. 그 살피는 듯한 시선에 스바루는 순간적으로 아무 말도 못했다.
오토의 진의를 모르겠다. 그를 의심하는 듯한 짓은 처음부터 생각할 수 없지만, 무엇이 목적인지는 아직 불명이다. 그런 스바루에게 오토가 입만 움직여서
‘나중에 할 이야기가 있어요.’
라고 전해왔다.
지금의 진의를 말하겠다, 그런 것이겠지. 그렇다면 그에 대한 것은 나중으로 미룬다.
“‘예지의 서’의 실재는 이것으로 확실해졌어. 그러면, 남은 인공정령에 대한 것도 단순한 농담이라 치부할 수는 없는 것이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라인하르트가 새로운 의제를 던졌다.
당연한 흐름이지만 오토가 저렇게 불리할 수도 있는 진실을 털어 놓은 이상, 스바루도 숨길 이유가 없다.
“아나스타시아 씨.”
“알고 있어. 정말, 귀찮은 이야기라니까.”
동의를 구하는 스바루에게 아나스타시아가 자기 목에 두른 목도리를 벗었다. 책상 위에 목도리를 펴고, 체념한 기색을 보이는 아나스타시아에게 전원이 고개를 갸웃한다.
“――자는 척 하는 것은 끝났데이, 에키드나. 말해도 된데이.”
“내 경우는 *자는 척 보다, *여우잠 쪽이 맞다는 생각이 안 드나, 아나?”
*원문은 "狸寝入りより狐寝入り"로 비슷한 발음을 이용한 말장난
*狸寝入り(타누키네이리), 타누키는 '너구리'
*狐寝入り(키츠네네이리), 키츠네는 '여우'
“――!”
아나스타시아의 부름에 따라 하얀 여우목도리가 의사를 가지고 팔과 다리를 뻗는다. 놀라움이 번지는 것은 율리우스나 리카드조차도 같다.
인공정령 에키드나는 그 존재를 같은 진영인 그들에게도 숨기고 있던 것 같다.
“아가씨, 내도 이녀석 모른다고. 뭐여 이녀석은.”
“숨겨서 미안해 리카드. 율리우스도 미안. ――이 아이가 화제가 된 인공정령. 이름은 에키드나, 내와 오랫동안 사귄 공범자라.”
“여, 리카드. 일방적으로 보던 사이인데 이렇게 첫 대면과 같은 인사를 하는 건 낯간지럽구마. 너는 평소처럼 허물없이 대해도 상관없어.”
기분 나쁜 것을 보는 눈을 한 리카드에게 매우 프렌들리한 에키드나. 흰여우의 태도에 리카드는 머쓱한 모양이지만, 그 이상으로 충격을 받은 모습인 것은 율리우스다.
파트너가 숨기고 있던 수수께끼의 존재에 그는 드물게 동요를 숨길 수 없는 눈으로
“……즉, 아나스타시아 님도 정령사였다는 것입니까?”
“아니, 달라. 내와 에키드나 사이에 정령사의 계약은 없어. 내한테 그런 재능은 전혀 없어 보이니까. 에키드나도 평범한 정령과 달리 싸우는 힘이 없고.”
“그래, 무력하다고. 어쩌면 정령으로서는 최약체일까. 그야말로 정령기사인 네가 깨닫지 못할 정도로 무력한 정령인거야.”
“그렇…습니까. ……아니, 그렇다면.”
아나스타시아와 에키드나 두 사람에게 질문을 부정하는 율리우스. 단지, 그는 그곳에서 물러서지 않고 시선을 가만히 있던 스바루 쪽으로 향했다.
노란색 눈빛이, 굳은 표정으로 스바루를 바라보며
“스바루가 알고 있었다는 모습인 것은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제1기사인 저도 모르는 것을 어떻게 그가?”
“아니래이. 그건…….”
“그건 내 파트너인 베아트리스도 같은 인공정령이니까. 마녀교의 요구가 있었을 때 아나스타시아 씨가 말했어. ……나도 알게 된 건 방금 전으로, 너와 큰 차이가 없어.”
“그녀가 인공정령……? 아나스타시아 님, 사실입니까?”
아나스타시아를 가로막으며 빠르게 설명한 스바루에게 율리우스가 의아스러운 얼굴을 한다. 아나스타시아가 수긍하며 그것을 긍정하니 율리우스는“그렇습니까.”라며 받아들이며 잠시 생각에 잠기듯 눈을 감으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의심하는 듯한 행동을 해서 미안하다. 아나스타시아 님에게도 불쾌한 기분이 들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암말 안한 내를 탓해야지. 내 쪽이야말로 용서해줄래?”
스바루에게 목례를 하고, 아나스타시아에게 용서를 구하는 율리우스. 그 율리우스에게 아나스타시아가 사죄하는 것을 곁눈으로 리카드가 책상 위의 에키드나를 움켜쥔다.
“그치만, 아가씨도 고약하구마! 기~인 인연인 내한테도 숨기고 있었다니 쫌 그러네! 우리들 사이는 그 정도였나.”
“그렇게 심하게 다루지 않았으면 고맙겠어. 이래봬도 털 관리는 신경쓰고 있거든. 아나의 귀여움을 떨어뜨리면 면목이 서지 않으니까.”
“뚫린 입을 잘도 놀리는구마. 마, 됐다. 일단 물에 흘려버리지.”
잡아당기거나 말면서 만족한 것인지, 리카드가 흰여우를 해방한다. 책상 위에 착지한 흰여우는 다급히 아나스타시아 주변으로 돌아가 그 목에 휘감겨 다시 의태했다.
긴 세월 그곳에 있던 만큼, 한순간에 살아있는 기척이 사라진 것은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고로, 인공정령도 실재한다……고 하지만, 방금 전 오토 군의 이야기와 같아. ‘예지의 서’와 마찬가지로 이 아이들도 건네줄 생각 같은 건 없데이.”
“숨겨서 미안했어. 하지만, 나도 그래. 베아코는 내 소중한 파트너야. 그런 이상한 녀석들 따위가 건드는 걸 허락할 생각은 없어.”
요구에 거부하는 아나스타시아와 스바루의 자세는 절대적이다.
그것을 듣고 라인하르트가 수긍하면서
“알고 있어. 당연한 것이다. 그들의 요구는 하나라도 들어줄 수 없어. 신부와 결혼식 정도는 방치해도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그것도 절대로 No! 어째서냐 묻는다면, 그 썩을 녀석이 결혼하겠다는 그런 미친 돼먹지 않은 말을 하는 상대는 에밀리아니까.”
“뭣!? 에밀리아 님이 납치된 겁니까!? 안보인다 싶었는데 피난한 것이 아니야!? 좀 더 빨리 말해주지 않겠어요!?”
라인하르트가 눈을 크게 뜨고, 오토가 충격적인 사실에 눈을 돌린다. 그 두 사람의 반응에 스바루는 이를 갈며“미안해”라며 말을 이어
“내가 정말 한심스럽게도 눈앞에서 데리고 갔어. 하지만, 결혼식 같은 걸 말하는 사이에는 에밀리아땅에게 위해를 가할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까 응징하고, 쳐죽이고, 후려 패서 되찾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그래, 그러자. 그렇다면 절대 용서할 만한 것이 아니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레굴루스의 모습에 스바루가 분노를 내비치자, 그 분노에 찬동하는 듯이 라인하르트의 투기에 날이 선다.
무서울 정도로 의지가 되는 기백. 역시 그의 존재는 정말 든든하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스바루는 방구석――그곳에서 오래도록 동석하면서도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남자 쪽을 봤다.
벽에 등을 대고 쭈그려 앉아, 가면 속 표정을 숨긴 인물이다.
“어이, 알. 너도 같이 이야기하자고. 연설이 끝난 후로 너 한마디도 안하고 있다고. 너희들이 데려온 녀석 때문에 우리의 리썰 웨폰이 봉인됐어. 그걸 만회하지 않으면 역시 실점 취급이라고.”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알을 부른다.
반응이 느린 알을 위해 숨을 내뱉으며 스바루는 라인하르트의 부친――하인켈의 존재에 의식을 향한다.
펠트를 인질로 잡고, 라인하르트의 움직임을 막고 있었다는 하인켈.
명확한 이적행위이며, 왕위후보자에게 검을 향한 것은 불경죄를 넘어 왕가반역죄에 상당한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죽을죄를 면할 수 없는 폭거지만, 그에 대한 평판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적어도 라인하르트의 옆모습으로부터 그것을 살피는 것은 할 수 없었다.
“――미안하지만, 난 여기서 빠지도록 할게.”
“뭐?”
그리고나서 라인하르트에게 신경을 쓰고 있어선지, 일어선 알에 대한 반응이 늦었다. 알은 등을 펴면서 당황한 스바루의 옆을 지나려 한다. 스바루는 당황하며 그 어깨를 잡아 돌려세웠다.
“자, 잠깐만! 빠진다니, 뭐라는 거야? 지금은 한 명이라도 전력이 필요한데, 너를 내버려 둘리 없잖아 바보야.”
“바보든 뭐든 상관없지만, 나를 전력으로 대는 것이야 말로 바보라고. 어디 근처 피난소에서 싸움에 익숙한 녀석을 데리고 오는 쪽이 나나 지푸라기를 잡는 것보다 도움이 된다는 거다. 그러니까 나는 됐어.”
“뭐가 됐다고! 불평 같은 말 하지마.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애도 아니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형제에게만은 그걸 말하고 싶지 않네.”
말리는 스바루의 팔을 뿌리치며 투구 너머의 눈동자가 스바루를 노려본다.
그 눈에 보이지 않는 안광과 평소와 다른 목소리에 사로잡혀 스바루의 등줄기를 소름과 묘한 한기가 느껴졌다.
적의와 살의와 다른, 그러나 몹시 거친 감정.
그 정체를 모르는 감정을 스바루는 어디선가 느낀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왜 있는지 구체적인 형태가 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채로 서로 계속 노려보다가, 그리고――.
“번뜩였습니다. 들어주세요. ――당신의 눈빛에 가슴 뭉클함.”
“닥쳐!!”
“히익!?”
갑작스럽게 끼어들어온 경박한 목소리에 조건반사로 태클을 걸어버린다. 그러니 그것을 들은 상대가 물러서며 화려하게 예비 책상에 걸려 넘어졌다.
소란스러운 소리와 비명을 내며 넘어진 것은 갈색 피부를 한 소녀――.
“너, 릴리아나냐!?”
“으갸! 팔꿈치가! 무릎이! 전신의 뼈라는 뼈가 산산조각나는 아픔이! 갈비뼈가 여섯 대 전부 부러졌습니다! 틀림없습니다!”
스바루의 눈앞에서 바닥을 힘차게 뒹굴던 것은 ‘가희’ 릴리아나였다.
그 변함없는 모습에 갈비뼈가 여섯 대만이 아니라 더 많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도 잊고, 스바루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헤어진 후에 어떻게 됐는지 몰라서 걱정했지만, 무사해 보여서 다행이야. 한숨 돌렸다고.”
“무사!? 지금 바로 죽을 지경에 이른 저를 보고 무슨 말씀을 하시는 옹이 구멍 같은 눈입니까! 고통에 몸부림치는 미소녀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리다니 엽기적 취미인가! 번뜩였습니다. 들어주세요. ――손가락! 귀! 다음은 눈이다!”
“건강 그 자체가 아니냐.”
바닥에서 책상다리를 하며 류릴레를 켜는 릴리아나는 건강 그 자체다. 몹시 과장된 움직임 때문에 역으로 불안해질 정도지만, 무사히 합류한 것은 기쁘다.
“그런데, 어째서 도시청사에? 지금 밖을 어슬렁거리다니 위험한 데도 정도가……”
“물론, 첩이 있으니 당연하지 않은가, 범인.”
“엑.”
릴리아나가 무사한 이유를 캐묻기 전에 대답한 쪽에서 오만불손하게 나타난다.
높은 구두소리를 내며 회의실에 발을 들이는 것은 현란하게 빛나는 붉은 여자다. 그녀는 그 머리부터 발끝까지 붉은 모습을 한 채 피와 같은 느낌의 눈동자로 방안을 살펴보며
“배우가 다 모였구나. 범인들이 주연인 첩을 앉아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좋은 마음가짐이라 하지. 그 마음가짐을 앞으로도 잊지 않는 게 좋을 게야.”
펼친 부채를 입 주변에 대며 기분이 매우 좋은 듯이 웃는 여자――프리실라다.
그녀의 갑작스런 등장에 스바루를 포함한 전원의 벌어진 입이 벌어진다. 단지, 가장 빨리 정신을 차린 것은 다름아닌 그녀의 종자인 알이었다.
“고, 공주님! 무사했었구나. 어딜 가도 안 보여서 걱정했다고.”
“음, 알인가. 네녀석, 첩의 도움도 되지 않고 범인들과 시시덕거리는 것은 무슨 짓이냐. 첩의 모습을 보고, 첩의 말을 듣고, 첩의 향기를 맡고, 첩의 명에 복종하는 것이 네녀석과 슐트의 의무지 않느냐. 슐트도 첩이 찾도록 하다니 불경한 것도 정도가 있지.”
“저, 정말로 죄송합니다. 프리실라 님…….”
걱정하는 종자에게 매정하게 고하는 프리실라. 그 뒤에서 그녀의 드레스를 잡고 조심조심 소년집사가 얼굴을 내민다. 아무래도 프리실라는 릴리아나 뿐만 아니라 자신의 종자도 구출하고 마녀교가 우글거리는 도시를 당당히 활보한 것 같다.
“뭔가 똥배짱이네…….”
그 배짱을 넘어서 무모하다고 할 행동력에 스바루가 탄식한다. 그러자, 그것을 들은 프리실라가 스바루를 노려본다. 소리를 내며 부채를 접고, 거침없이 그녀는 스바루에게 접근하며
“거기 네놈, 움직이지 마라.”
“――읏.”
휙하고 기세 좋게 부채의 끝이 스바루의 목을 향한다.
여전히 상궤를 벗어난 속도다. 스바루의 눈으로는 쫓지 못할 속도. 단, 라인하르트가 움직이지 않은 이상, 해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한다.
“뭐야. 지금 중요한 이야기가 한창인데 네게 신경쓸 틈은……”
“그래. ――아까 그 볼품없는 방송, 역시 네녀석의 목소리렸다.”
“……그렇다면, 어쩌려고?”
라인하르트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 근거라는 것도 한심한 말이지만, 강제적인 프리실라에게 스바루는 그에 지지않는 대응. 그 대답에 그녀가 눈을 가늘게 했다.
“당연하다. 첩보다 주목을 받는 건 누구라도 허하지 않는다. 따라서, 네녀석 같은 범인의 행동보다 첩이 한수 위라는 당연한 사실을 증명하지.”
“어? 뭐!?”
목에 들이댄 부채를 쳐올려 턱을 맞은 스바루의 눈에 눈물이 찔금 난다. 프리실라는 그것만으로 스바루에게서 떨어져 회의의 원탁 중 한 자리에 당당히 앉았다.
“싸구려 의자야. 이용하고 있던 자의 수준이 보이지.”
앉은 자리를 악랄하게 평가하면서 프리실라는 원탁을 둘러싼 사람들을 본다. 그리고 빨갛게 칠한 그 입술에 아름답고 음산한 미소를 띄웠다.
“자, 첩에게 현재 상황을 말할 것을 허한다. 첩의 손이 되고 발이 되어 충분히 책임을 다하거라. 포상으로 첩의 손을 빌려주지. 고맙게 생각하도록.”
“잠깐만, 공주님! 합류했으면 관련될 필요는 없잖아? 냉큼 이런 위험한 장소와 작별하는 편이…….”
“첩에게 도망가라 하는 것이냐, 알. 그렇다면 오해를 단단히 했구나.”
털썩 의자에 앉아 회의에 참가하는 태도를 보이는 프리실라를 알이 지적하지만, 프리실라는 반대로 그런 알을 노려보며 철모를 위축시킨다.
“알겠느냐? 이 도시의 체류를 결정한 것은 첩이다. 그리고 도시를 떠나는 것을 정하는 것도 첩. 결코 타인의 지시는 받지 않는다. 하물며 미치광이 바보들에게 등을 보이며 뻔뻔스럽게 도망간다? 네놈, 첩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
“이 세계는 모든 것이 첩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다. 때문에 언짢은 이유를 남겨두고 물러날까 보냐. 첩의 종복을 칭한다면 제대로 알고 있거라 알. 첩이 첩으로서 있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면, 첩의 행위는 그 자체가 하늘의 뜻이라는 것을.”
프리실라의 의지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것은 이곳에 있는 전원이, 무엇보다 알 자신이 이해했을 것이다. 힘없는 외팔의 어깨를 늘어뜨린 알에게 살짝 소년집사――슐트가 다가갔다. 위로하는 듯한 소년의 행동에 알의 쓴웃음을 짓는다. 그도 각오를 다진 것 같다.
“오토, 좀 괜찮을까?”
“네, 괜찮아요.”
원탁에서 프리실라를 향한 사정설명을 한다.
그 틈에 스바루는 오토에게 말을 건다. 오토도 그것을 예상했는지 놀라지 않는 모습으로 거기에 따랐다.
“가필, 이야기가 진행되면 불러줘.”
그런 지시를 내리고 스바루는 오토와 같이 회의실 밖으로 나온다.
방에서 떨어질 필요는 없겠지 하며 그대로 복도에서 그와 마주 봤다. 똑바로 이쪽을 보는 오토의 눈동자에 망설임은 없다. 이야기할 내용도 뻔하다.
“어째서 ‘예지의 서’의 복원을 하려는 거야? 아니, 애초에 네가 그 잔해를 주운 건 언제야?”
“1년전, ‘성역’에서의 문제가 정리된 후예요. 에밀리아 님이 내리게 한 대설이 숲에서 사라져 마을을 돌아보던 중에 우연……아니, 우연히는 아니네요. 람 씨에게서 말을 듣고 잔해가 남아있지 않을까 해서 적극적으로 찾았으니까요.”
“그래서 발견했다는 건, 있던 것은 로즈월의 ‘예지의 서’인가.”
“네. 제가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도 그쪽이라서 이상하게도 행운이었어요.”
이상한 행운이라는 것은 보통 자신의 불운을 자학한 말이겠지. 쓴웃음을 짓는 오토지만, 스바루는 거기에 맞춰 웃을 기분이 들지 않는다.
속에 계속 남아 있는 응어리는 역시 어째서 그런 짓을 했는가다.
“나츠키 씨는 솔직히 메이더스 변경백을 어떻게 생각해요?”
“로즈월을?”
입을 다물고 있던 스바루에게 오토가 던지는 질문. 그 내용은 지금의 이야기와 관계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그런 내용에 조금 생각을 한다.
“그러네. 방심할 수 없는 녀석이라고는 생각해. 1년전의 사건도 있고 말야. 단지, 그녀석의 목적 자체는 확실하니까 그게 비뚤어지지 않는 한 위협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해. 지금은 서로 노리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으니 공범자라는 느낌일까.”
“저는 메이더스 변경백을 전혀 신용하고 있지 않아요.”
오토는 단호하게 스바루의 생각이 무르다는 식으로 잘랐다.
그 말속에 있는 날카로움에 스바루는 눈을 크게 떳다.
“1년전의 사건이 있었다, 그렇게 말했죠. 네, 그래요. 1년전의 ‘성역’사건이 있어요. 그 이전에도 그 분은 여러 가지 꾸미고 있었던 모양이네요. 나츠키 씨나 에밀리아 님은 그 부분을 쉽게 용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용서한 것이 아니야. 그녀석이 한 짓은 깔보는 것들 뿐이었고, 지금도 열받아. 하지만, 녀석의 힘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야. 그러니까 껄끄러워도 어쩔 수 없고, 에밀리아도 그건 같은 생각이라.”
“그걸 무르다고 하는 거예요. ……그게 나쁘다고는 못 하겠지만.”
답답한 것을 보는 눈으로 오토가 스바루를 쏘아본다. 그런 그의 답답해 하는 감정이 스바루는 왠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즉, 오토는 당했던 것에 비해 경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필요한 의식인 것은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됐어요. 나츠키 씨와 에밀리아 님은 그걸로 됐어요. 두 분이 변할 필요는 지금은 없어요. 그만큼의 경계는 내가 할 생각이니까요.”
“그만큼의 경계라니.”
“내정관 따위의 역할이니까, 메이더스 백작과 접할 기회도 많고요. 이 1년간 관찰했는데요, 흉계를 꾸밀 낌새나 뒤가 켕기는 기색은 특별히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1년 이전에 대해서는 몰라요. 시간차로 뭔가 해놨을지도 모르고.”
“――――”
입을 다문다. 오토의 경제, 오토의 근심, 그것이 전해졌다.
그가 로즈월에 대해 품은 불신, 그것은 정당한 것이다. 행위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귀결. 그것이 좋던 나쁘던. 아니, 오히려 나쁜 것이야 말로.
“그 분이 ‘예지의 서’의 기술을, 미래의 기술을 따르고 있었다면, 책을 보면 무엇을 꾸미고 있었는지도 분명 알 수 있어요. 이 다음 국면에서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중대사가 찾아왔을 때도 대비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럼, 책을 복원하려는 이유는……로즈월을 믿을 수 없어서.”
“……반대예요. 저라고 일가를 의심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안심을 원했어요. 나츠키 씨나 에밀리아 님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는, 적어도 확실히 찾아오는 불행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 ‘예지의 서’를 확보해 복원하려 했어요. ……제멋대로 행동해서 죄송해요.”
사죄를 입으로 내며 오토가 머리를 숙인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스바루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말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토가 품은 불안과 그 해소를 위한 수단.
그 어느 쪽도 스바루나 에밀리아가 신경써야만 했던 것이었다. 오히려 그 고생들이 스바루와 에밀리아를 위한 것이다.
자신은 오토에게 눈에 보이는 이상의 형태로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 한심하고 면목이 없고 이상했다.
오토는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친구라서…일까.
“그 이유는 말하지 않을 거예요. 별거 아니니까요.”
스바루의 표정으로부터 이쪽의 속마음을 대강 알아차린 듯한 대답.
표정을 푸는 오토에게 선수를 빼앗겨 스바루는 깊게 숨을 내쉰다.
“왠지, 정말로 나는 너를 포함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만 받는 구나.”
“어떨까요. 저는 그걸로 괜찮다는 것이 아까 나츠키 씨가 했던 방송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저도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해요.”
머리를 긁는 스바루에게 오토가 거리낌 없이 말을 걸어 온다. 그 배려의 목소리에 삐친 듯 혀를 차면서 스바루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예지의 서’에 대해서는 납득했어. 단지, 그것을 녀석들이 원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네. 물건은 어쩔까.”
“복원 성공 여부가 어찌되었든 회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다트 씨가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그건 저도 바라는 바가 아니니까요.”
“사실은 네 개의 제어탑을 동시공략 하기로 했어. 거기로 전력은 나눌 수 없다고.”
“저는 비전투원이지만, 수로만 잘 선택하면 괜찮아요. 이렇게 보여도 수룡을 포함한 동물을 속이는 건 특기 중의 특기니까요.”
자신의 입으로 손을 갖다 대는 행동은 ‘언령의 가호’를 과시하는 거겠지.
실제로 도망다니는 것을 중점으로 하면 오토의 가호는 아주 잘 맞는 것이다. 거기에 적의 주력은 제어탑에 집중되어 있다. 마녀교도라는 손발이 같이 오지 않은 이상, 오토의 상황은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제 걱정보다도 공략조 쪽이 중요해요. 나츠키 씨는 에밀리아 님을 탈환해야 하니까 책임이 무겁다고요.”
“알고 있어. ‘탐욕’녀석의 목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생각은 없어.”
뇌리를 스치는 백발의 흉인. 에밀리아를 데리고 간 불길한 악마.
마녀교의 대죄주교인 것까지 반드시 때려눕혀야 할 적이다.
“돌아갈까요. 슬슬 설명도 끝나가겠죠.”
기합을 넣는 스바루를 보고 오토가 회의실 쪽으로 몸을 돌린다. 그 오토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방으로 돌아가는데
“――스바루 공.”
계단 쪽에서 낮은 목소리로 불려 발을 멈춘다.
누구의 목소리인지 착각할리가 없다. 계단 위에서 눈을 가늘게 뜨며 이쪽을 보는 푸른 눈――빌헬름이었다.
“오토, 먼저 돌아가 줘.”
“알겠어요. 이야기는 진행할게요.”
빌헬름의 모습을 보고 오토가 먼저 회의실로 돌아간다. 스바루는 계단에 발을 올리고 위에서 기다리는 빌헬름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나서 같은 높이까지 올라가니 빌헬름이 목례를 한다.
“회의에 들어가지 못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폐만 끼치는 군요.”
“사정이 사정이니까요. 저도 빌헬름 씨나 다른 사람들을 나쁘다고 하지 않아요. 그…… 크루쉬 씨는?”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들었다. 아니, 좋지 않다는 정도가 아니다. 나쁘다. 그리고 그것은 여성으로서 사람들 눈에 띄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자신의 오른쪽 다리의 참상을 떠올리며 같은 조건인 크루쉬가 어떤 피해를 받았는지 상상한다. 그것만으로 상상을 후회하고 싶을 정도로 거부감이 있었다.
그 스바루의 질문에 빌헬름은 눈을 살짝 내리뜬다.
“그 크루쉬 님이 스바루 공을 부르셨습니다. 부탁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크루쉬 씨가 나를? 아니, 물론 괜찮지만…… 괜찮겠어요?”
“간청합니다. 페리스는 좋은 얼굴이 아니지만.”
“……그렇겠죠.”
페리스야말로 스바루를 향해 원망하는 말을 가장 하고 싶을 것이다.
도시청사 최상층에서 카펠라와 상대한 것은 스바루와 크루쉬 두 사람이었다. 그녀를 지켰던 것도 스바루 뿐이었으니까.
“페리스가 실례되는 말을 할지도 모릅니다만, 걱정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가능하면 그것을 용서해주십시오. 그래도 본심으로는 알고 있습니다. 단지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소중한 사람이 괴로워할 때 주위를 저주하고 싶은 기분이라면 알고 있어요. 그렇게 후회하는 상대를 그게 전부라고 하는 건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화풀이로 조금이라도 마음이 풀린다면 그러는 것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어떤 욕을 퍼붓더라도 감수하는 것은 스바루도 각오하고 있다.
“이쪽입니다.”
그 스바루의 대답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빌헬름은 선도해서 크루쉬가 있는 곳으로 스바루를 초대한다. 또각또각, 규칙적인 구두소리가 복도를 울린다.
그리고 도중에
“스바루 공, 저도 한 가지 보고할 것이 있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크루쉬 씨에 대한 것 이외라면…….”
“대죄주교와 동행했던 두 명의 검사에 대한 것입니다.”
무심코 숨이 막혔다.
상정하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던 자신이 한심하다. 미미에게 내려진 ‘사신의 가호’의 아물지 않는 상처.
초급(超級)의 기사, 거기에서 추측하고 있던 엄청난 실력을 가진 검사의 정체.
“한 명은 ‘여덟 팔’의 쿠르간. 볼라키아 제국에서 긴 시간 장군의 자리에 있었던 무시무시한 강검의 명수입니다. 10년도 더 전에 죽었을 터인 남자입니다만.”
“죽었을 터인… 남자. 저기, 빌헬름 씨.”
“그리고 또 한 명.”
되묻는 스바루를 막으며 빌헬름이 계속 말한다.
발이 멈췄다. 순간 스바루도 멈춰 선다. 등을 돌린 채 빌헬름은 잠시 침묵한다. 스바루는 한걸음 앞으로 나가 옆모습을 들여다보고――후회했다.
봐서는 안됐다.
“――또 한 사람은 ‘선대검성’ 테레시아 반 아스트레아. 15년 전 대정벌 때 백경에 패해 죽었을 터인 저의 아내입니다.”
“――――”
목소리는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강인한 정신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도 괴로운 듯이 일그러뜨린 옆모습을 보게 된다면 모든 것이 퇴색된다.
입술을 깨물고, 분노와 슬픔이 섞인 눈을 꼭 감고, 주름이 있는 얼굴을 더욱더 주름지게, 미칠 것 같은 격정에 시달리는 표정을 보면 심정은 분명하다.
“사모님과 제국의 장군. 어느 쪽도 살아 있다는 것이 아닌…….”
“그렇다면…… 아니, 그럴리는 없겠지요. 아내도 쿠르간도 어느 쪽도 사자일 것입니다. 그건 변하지 않습니다. 사자를 사자인 채로 욕보이는 자가 있습니다.”
“사자를 사자인 채…… 사령술… 같은 것이?”
네크로멘시 등의 사령술, 소위 시체를 조종하는 마법은 픽션의 세계에서는 익숙한 것이다. 물론, 픽션에 한하면 사자를 소생시키는 마법도 이상하지 않다. 단지, 그런 편리한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정도는 스바루도 이 1년 수개월로 뼈저리게 배웠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후자가 아닌 전자.
“금술로 지정된 사체를 조종하는 주술. 그것을 실제로 행사하는 존재가 과거에 있었습니다. 아인전쟁――수십년 전, 루그니카에 있었던 인간족과 아인족과의 내전인데, 그 자는 아인측에 가담해 왕국의 적이 된 세 명 중 한 명입니다.”
“왕국의 적……?”
“아인족의 영웅 리브레 페르미. 대참모 발가 크롬웰. 그리고.”
일단 말을 끊고, 빌헬름은 말했다.
“마녀 스핑크스. 인간과 아인, 양쪽을 무자비하게 죽이면서도 안색 하나 바뀌지 않았던 최악의 존재. 사테라 이외에 왕국사에 이름을 남긴 유일한 마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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