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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웹소설판 5장 51화입니다. 설마하던 건 항상 일어납니다. 이 글을 올리는 지금까지도 컨디션이 안 좋네요. 늦어도 어제가 지나기 전에 올리려 했는데 조금 늦었습니다. 모두 건강을 잘 챙기길 바랍니다.
원문을 읽으면서 그대로 옮겨 적는 수준에 검수를 하지 않았지만, 내용을 파악하는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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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51 『번롱하는 악의』
“뭐여, 너답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데. 어째 걱정스러운 일이라도 있나.”
제어탑에 도착하기 직전에 험상궂은 옆모습을 보인 기사에게 리카드가 그리 물었다.
가던 길을 멈춘 율리우스는 의외라는 듯이 눈썹을 추켜세웠다.
“놀랍군, 리카드. 설마 네게 그런 식으로 타인의 미묘한 감정을 신경쓰는 섬세한 배려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치 않았어.”
“쓸데없는 말로 얼버무려도 괜찮다. 같이 있는 건 나 뿐인기라. 아가씨도 없으니까 가끔은 약한 소리를 해도 비밀로 해줄거구만.”
“……너에겐 당해낼 수 없구나.””
보통은 느낄 기회도 적지만, 리카드는 덤벙대는 듯 보여도 사람을 잘 지켜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철의 송곳니>라는 집단의 단장은 맡을 수 없고, 단편적으로 들었던 그의 장절한 경력을 들으면 납득을 할 수 있다. 주변을 보고 있지 않으면, 자신 뿐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노예, 용병, 어느 쪽 경력에도 당연한 것이다.
“그야 뭐 나이를 헛먹은 게 아니라는기다! 이래 뵈도 우리들 진영이라믄 의지가 되는 아부지 역으로 있다 아이가. 사위 상담에도 항상 응해 줄거구만.”
“사위라니 송구하군. 나는 아나스타시아에게 그런 괘씸한 생각은 품고 있지 않아.”
“뭐라카노, 아가씨라곤 안 했구만. 미미를 말하는 걸지도 모르지. 그 외에 내 딸내미는 잔뜩 있는데도, 처음부터 아가씨가 튀어나온 시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
율리우스가 쓴웃음을 짓는다.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젓는 행위는 평소와 같이 우아하지만, 그럼에도 단어 선택이나 표현이 어딘가 부족하다.
그래서 그 징후는
“도시청사의 탈환, 그 즈음부터 왠지 모르게 이상해. 아가씨도 동의하고 있어. 아가씨는 어째서인지 자세한 걸 묻지 못한 것 같지만, 나는 파고든다고.”
“용서가 없구나.”
“당연하지, 목숨을 걸었으니까. 망설이는 녀석에게 등을 맡기는 건 나라도 사절이라고. 뭔가 그럴싸한 걸로 다시 말해줄까?”
“……아니, 네가 맞아. 틀린 건 나다. 분명히 나는 지금 입에 담는 것을 주저하며 갈피를 잡지 못한 상황에 처해 있지.”
리카드의 추궁에 순순히 수긍하면서 율리우스는 멋진 눈썹을 찌푸렸다.
단지, 그 번민하는 옆모습에서는 그 이상의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 태도에는 리카드도 더 참을 수 없어서 약간 불쾌하게 콧소리를 냈다.
“어째 거기에서 입다무는 거야. 뭔가 망설이는 게 있다면, 솔직하게 그걸 말하면 좋지 않나. 뭐에 대해서, 뭘 망설이는 거야.”
“――――”
“율리우스.”
“미안하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적당한 단어를 찾을 수가 없어. ――내 망설임의 원인은 너도 알고 있는대로 도시청사에서 조우했던 대죄주교다. <폭식>의 로이 알파드라 이름을 댄 인물임이 틀림없어. 틀림없지만…….”
모호하게 말을 끊고, 율리우스는 노란 눈동자에 당혹감을 띄웠다.
“다른 대죄주교와 마찬가지로 아마 <폭식>도 무언가 이해할 수 없는 권능을 갖고 있는 게 틀림없어. 기억을 먹고, 이름을 먹는다는 그 꺼림칙함은 백경의 피해에서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어. 다만…….”
“율리우스――!”
핵심에 근접했을 때에 약간 초조감을 띈 리카드의 외침.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율리우스에게도 즉시 전해져 왔다.
――땅을 통해 대기가 떨리며 세계에서 소리가 사라져 빛이 하늘로 떠오른다.
푸른 극광이 밤하늘을 찌르는 광경은 다른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개인이 발하는 그 참격의 잔재가 틀림없다.
“요란하게 저지르는구만. 저거 검성이 한방 날린 게 맞지?”
“그래, 라인하르트겠지. 어쩐지 스바루 일행은 <탐욕>과 접촉한 것 같다. 뒤처질 수는 없지. 우리들도 서두르자.”
다른 대죄주교를 향한 공격이 시작한 시점에서 남은 대죄주교가 일제히 보복행위를 할 것이라고 볼 수 없지만, 어떤 액션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눈앞에 다가오는 제어탑을 목표로 율리우스와 리카드는 그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래서, <폭식>의 뭐가 이상한데? 그게 아니면 엄청난 괴물이었나!?”
큰 손도끼를 어깨에 멘 리카드가 앞을 걷는 율리우스에게 중단했던 이야기를 계속하기를 요구한다. 율리우스는 고개만 돌아보고, 시선만으로 그것을 부정했다.
“아니. 본심이야말로 내지 않았다고 보이지만, 적어도 <폭식>의 기량자체는 인지를 넘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어. 나와 너 두 사람이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단지, 적에게 느껴지는 기분나쁜 느낌은 그것과 다른 점이 있어.”
“――――”
요령없는 대답이 된 것은 율리우스 자신에게도 그 이상하게 기분이 나쁜 느낌의 진정한 부분을 알 수 없어서다. 그래서 방금 공략조 선정을 할 때 의론으로 그 점을 꺼내지 않았던 것은 드물 정도의 율리우스의 고집.
율리우스는 <폭식>을 이상하게 기분 나쁜 정체를 모르는 적으로 보면서, 그런데도 다시 한번 검을 겨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율리우스는 알 수 없다.
율리우스 자신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없다.
“――――”
포석(길을 포장할 때 까는 돌)을 차며 돌아가듯이 모퉁이를 돌아간다. 그리고 다른 건물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제어탑, 네 개 중 하나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아아, 와 줄 거라고 생각했어. 와 줄 거라고 생각했다고. 그래, 그렇다, 그렇지, 그렇다고, 그렇잖아, 그럴지도, 그렇고말고, 그렇지않은가, 그렇다는거야말로! 기다렸던 보람이 있다는 거라고!”
――제어탑 입구 앞, 포석이 깔린 광장에 한 명의 소년이 서 있다.
꾀죄죄한 넝마조각을 걸치고, 자라는 대로 방치한 짙은 갈색 머리. 광기가 번쩍이는 두 눈이 즐거운 듯 빛내며, 날카로운 송곳니와 침이 흐르는 혀를 내밀고 있다.
작은 체구에 축 늘어뜨린 양팔. 어딜 봐도 커다란 힘 따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부랑아――그 전신에서 나오는 공포심을 동반하는 귀기가 없었다면.
“일단 확인하지. ……저 얼라가 틀림없나?”
저 녀석인가… 라고 묻지 않는다. 녀석이 틀림없다, 그것은 확신이다.
그 리카드의 물음에 율리우스는 조용히 끄덕인 것으로 답했다.
틀림없이, 의심스러움도 없이, 저기에 서 있는 것이 <폭식>의 대죄주교.
타인의 기억과 이름을 먹는 최악의 모독자다.
“로이 알파드――.”
“네, 정답. 그거 우리들의 이름. 기억해줘서 기뻐. 기쁨. 기쁘네. 기쁘니까. 기쁘고말고. 기쁘니까야말로, 폭음! 폭식! 먹을 보람도, 마실 보람도 있다는 것이지. 거기에…….”
이름을 불려서 알파드가 몹시 잔인하게 웃는다. 그의 시선은 그대로 율리우스 옆에 서 있는 리카드에게 향했다.
엄니투성이인 입을 열어 황홀한 눈빛으로 코를 킁킁거렸다.
“이번에는 양이 찰 만한 멍멍이까지 데리고 와줬네. 그 마음씀씀이가 참을 수 없도록 기뻐. 어쨌든 율리우스 유클리우스 군 뿐이라면 그렇게 든든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뭐라고 하더라, 싱겁다고 하던가.”
“네가 하는 모독도 질리도록 들었지. 어서 결판을 내자고, 이번에는 친구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하나한테 여럿이 공격하는 건 우아하다고 할 수 없지만…….”
“아아, 괜찮아, 그 전에 인사를 하고 싶었어. 그렇게 자신의 의식을 높이는 것이 과연 율리우스 군 답지만, 그것도 싱겁다는 느낌이 드네. 우리들은 미식가니까 맛에 대해 까다롭지만, 율리우스 군은 지금까지 봤던 것 중에서도 톱클래스로 입맛이 당기지 않아! 너무 깔끔하게 정리됐잖아.”
“이거 참…… 방금 대환영한 것과 다르게 박정한 말을 하는 건가.”
“그거야말로 어쩔 수 없어! 우리들 우리들 본의가 아니라고 할까, 그건 좀 지연시키려는 게 있는 거라고. 언행불일치가 좀 있는 건 못 본 체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성질이니까.”
팔랑팔랑 손을 흔들면서 알파드는 어디까지나 조롱하는 자세를 굽히지 않는다. 도발적인 태도에 율리우스는 평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신 리카드 쪽이 불쾌함을 숨기지 않는다. 혀를 차며 목을 돌려 뚜둑 소리를 낸다.
“어이어이, 자기 좋을 말만 하고 있지 않나, 꼬마야. 꼬맹이라고 눈감아 줄 거라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고. 너희들이 먹어 치우는 짓은 귀엽지 않아. 엉덩이를 맞는 정도로 끝낼 차원은 넘었어. 대가리를 깨부술 테니까.”
“오오, 무섭다 무서워. 그런 무서운 얼굴로 노려보지마. 멍멍이라고 한 것이 기분나빴다면 사과할 테니까 말야, 리카드 웰 킨 씨. 우리들은 이래 뵈도 너를 조금 동경했다고? 겁없이 큰 소리로 말하는 대범함에 말이야!”
“――?”
이름을 불려서 리카드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율리우스를 곁눈으로 쳐다봤다. 그 시선에 율리우스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상하다. 알파드의 발언은 단순한 광인의 망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어딘가 위화감을 떨칠 수 없다. 예를 들면――녀석은 언제 리카드의 이름을 알았지?
“어쩐지 기분이 나쁜 꼬맹이네. ……우리들의 이름은 어디서 알아 본 거야.”
“알아 보는 것 같은 교활한 짓은 하지 않는다고. 우리들은 알고 있는 게 당연한 것을 말했을 뿐. 그렇잖아, 율리우스 구운?”
“동의를 구하려 해도 대답할 수 없어. 너만큼, 나는 너를 알지 못하니까. 따라서 그런 수법이 네 수법이라는 것이라고 그리 결론지을까 해.”
“거봐, 또 그런 재미없는 결론을 내. 여러 가지 신경쓰이는 주제에 불안도 불만도 불쾌도! 가슴에 파묻고 자신을 후회하게 돼! 그건 기사로서의 미덕이지만, 인간적으로는 따분하다고.”
기사검을 뽑은 율리우스는 조용히 입으로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 순간 율리우스 주위에 빛이 떠올라 그의 장신을 여섯 가지 색의 빛이 둘러쌌다.
율리우스가 거느린 여섯의 준정령.
정령기사 율리우스를 <최우의 기사>다운 검기술과 정령술의 융합이다.
“열등감의 고소함도, 좌절을 경험한 풍부한 맛도, 강하게 무언가를 갈망하는 감미로운 맛도, 매우 소중한 것을 안고 있는 비밀의 만복감도, 네겐 아~무것도 없어!”
“――리카드. 처음부터 전력을 쏟아 내. 맞춰 주길 바랄게.”
“그래, 맡겨 둬.”
양팔을 휘두르는 알파드의 소매끝부터 손목에 묶은 단검이 보인다. 두 자루의 단검을 휘두르는 것이 <폭식>의 싸움법이지만, 그것은 율리우스의 마법을 막는 것도, 리카드의 일격을 막는 것도 어느 쪽에 대해서도 믿을 구석이 없는 무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 승부는 복병이라도 있지 않는 한 이미 승패가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카드의 눈에는 알파드가 패색이 농후한 싸움에 임하는 자세라고 도저히 볼 수 없었다.
“정령검사, 율리우스 유클리우스.”
예의바르게, 싸움에 임하기 전에 율리우스가 자신의 이름을 댔다.
그 옆에 큰 손도끼를 멘 리카드는 거기에 맞춰 이름을 댈 의리는 없다. 그저 <폭식>의 여유의 정체를 파헤치려고 눈을 번뜩거린다.
리카드의 그 시선에 아무런 신경도 안 쓰고, 알파드는 비웃었다.
“좋지, 좋아, 좋구나, 좋잖아, 좋을지도, 좋지않나, 좋은거지, 좋은거잖아, 좋기때문에, 좋지아니한가! 폭음! 폭식! 미식, 악식, 포식, 과식! 덤덤함, 싱거움, 맛있음, 진미! 남김없이 전부 먹어주겠어! 재미없는 인생 또한 우리들이 모르는 맛이야!”
“――엘 크라우젤.”
여섯 가지 빛이 율리우스의 눈앞에서 원을 그려 중앙에 파고든 검 끝에서 극광이 알파드를 목표로 날렸다.
여러 속성이 섞여 무지개색을 내는 파괴의 힘은 모든 것을 삼키는 일격이다.
눈부신 빛에 뒤이어 포석을 깨뜨릴 기세로 리카드 역시 파고들었다. 손도끼를 머리 위로 쳐들어 극광을 마주한 알파드가 어떻게 움직이던 부술 수 있도록.
기세 좋게 바람을 휘감는 참격과 파괴를 동반하는 무지개색의 극광――그것을 앞에 두고 알파드가 흉악하게 이빨을 드러낸다.
“――정말로 형님은 상상대로 정말 근사해. 우리들은 완전히 반해버렸어.”
※※ ※ ※ ※ ※ ※ ※ ※ ※ ※ ※ ※
――달 아래, 바람을 가르며 번쩍이는 은빛이 불꽃을 튀기며 서로 검극을 울리고 있다.
검극의 한 쪽은 쌍검을 다루는 검귀의 날카로운 칼날.
상대하는 다른 한 쪽은 검귀를 상대로 싸우는 유수와 같이 부드러운 검기를 놀리는 여검사.
칼날이 부딪혀 번쩍임이 공중에 난무하고, 가열했을 터인 강철의 울림은 어딘가 덧없고 서글프다. 날카로운 참격이 충돌하는 싸움은 서로를 원하는 연인의 애무를 연상시킨다.
어째서 그런 착각을 일으키는가, 그것은 그 두 검사의 검극이 분명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잘 맞고 있기 때문이다.
“시이이이이잇!”
숨을 죽이고, 검귀의 쌍검이 상하좌우를 막론하고 종횡무진의 궤도로 덮친다.
호를 그리는 참격의 궤적은 한층 예술적으로 날카로운 참격은 모든 검사에게 있어 하나의 도달점이다.
뛰어난 검사라면, 어쩌면 칼날에 홀린 것이 패배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참격, 그것이 아낌없이 마음껏 움직였다.
“――――”
일격이 충분히 치명상이 될 수 있는 무수한 참격.
그러나, 그 폭풍과 같은 맹공을 받는 장검, 그 소유자의 기량도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애초에 휘두르는 장검의 존재가 하나의 이상한 모양.
무기로써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처럼 생각될 정도의 긴 칼날은, 그 칼날을 휘두르는 소유자의 신장에 필적한다. 하지만, 가는 팔을 가진 여검사는 그 장대한 검을 마치 무게를 느끼지 않는 듯 가볍게 들어올리는 것을 보여 준다.
전신을 푹 덮는 후드, 자신의 시선과 시계를 제한한 채로 장검의 소유자는 물을 헤치 듯 거침없는 움직임으로 검 끝을 흔들었다.
속도, 예리함, 어느 것이나 장대한 칼날은 덮치는 무진의 쌍검에는 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귀의 참격은 빨리 듯이 장검의 도신에 막힌다.
날카로운 소리와 불꽃이 연발하고, 분한 듯이 혀를 차는 검귀 앞에서 여검사가 크게 배후로 뛰었다. 예비동작이 없는 움직임에 검귀는 반응이 늦어, 뒤따르려 앞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빛이 검귀의 미간에 꽂힌다.
“――느읏.”
한순간에 번쩍인 것은 두개골을 뚫으려 내지른 장검이다.
칼날을 끌어낸 것을 깨닫지 않도록 한 세련된 자세와, 눈깜짝할 순간에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살육에 특화된 찌르기――오랜 기간의 경험이 사신의 접근을 알지 못했다면, 틀림없이 바로 앞에서 본 빛에 뇌가 뚫려 죽었을 것이다.
움찔거리며 자신의 죽은 모습을 본 듯이 미간이 뜨거워진다. 검귀는 눈을 한번 깜빡이는 것으로 그 감개를 버리고 찌르는 자세로 움직임을 멈춘 여자를 향한 추격을――.
“그… 흐…”
“――――”
하려는 순간 몸에 여자의 발끝이 몸에 박혔다.
충분히 단련한 복근의 틈에 꽂혀, 가늘고 긴 다리는 내장을 휘저었다. 일격의 무게에 몸이 ‘<’ 모양으로 꺾이면서 은빛이 반원을 그리며 머리 위로 올랐다.
번쩍임이 곧바로 달을 가르듯이 떨어진다.
거기까지 유수와 같은 침묵의 검빛과 일전, 세로로 쪼개는 참격은 대기가 베인 것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예리해, 검귀를 두 동강을 내려고 내려친다.
일격의 위력은 지금까지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소유자의 기량과 칼의 단련도――어느 쪽도 인체를 갈라내는데 충분한 수준을 충족시키고 있다.
확실히, 눈 깜빡할 사이에 찾아오는 죽음――.
“얕보지 마라!!”
몸을 꺾은 채 치켜 올리는 양팔이 검귀의 머리위로 쌍검을 교차시킨다.
겹쳐지는 칼날의 중심에 장검이 내쳐져 그 위력에 악물었던 어금니가 깨졌다. 견디지 못하고 양팔을 내려가 장검의 도신이 검귀의 이마를 얕게 베었다.
피가 흘러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그러나 무릎은 꿇지 않는다. 쌍검도 부러지지 않았다.
“우으으으읏!”
쌍검을 쥐어 상완이 부풀어 올라 내려간 팔을 다시 밀어낸다.
뿌리친 동작으로 격렬하게 덮쳐오는 장검을 막으며, 무기를 띄우는 충격에 눈앞의 여검사의 몸이 무방비하게 열렸다. 그 몸통을 노려 답례의 앞차기로 떼어냈다.
포석에 박힐 정도의 발차기의 위력이 여자를 들어올린 밑창에 흡수된다. 장검의 반동과 발차기를 받은 반동. 양쪽을 이용한 여자의 몸은 크게 후방으로 공중제비――피할 곳이 없는 공중에서 피하는 가는 몸에 늙은 검귀의 육체가 달려들었다.
――호기.
피할 수 없는 공중을 나는 여검사에게 검귀는 어깨를 쥐어짜 참격을 가했다.
물러서는 몸을 바싹 뒤따라가 상하로 참격을 내려쳤다. 두 자루의 칼날이 동시에 호를 그려, 마치 짐승의 턱처럼 가는 몸을 쳤다.
허공에서, 거기에 이쪽으로 등을 향한 자세의 여자에게는 막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 흐림없는 검빛이 흔들렸다.
“――읏.”
공중에서 몸을 비튼 여검사, 그 머리를 덮고 있던 후드가 뒤로 벗겨진다. 거꾸로 된 몸의 중력에 버티지 못하고 벗겨진 후드에 가려졌던 것이 드러났다.
흘러내리는 것은 길고 아름다운 타는 불꽃과 같은 선홍색 머리카락이다.
“――――”
그것이 시선을 빼앗은 순간, 검귀의 참격에 알아채기 힘들 정도의 어긋남이 생긴다.
어디까지나 어렴풋이, 완벽에서 정말 사소하게 빠졌을 뿐인 어긋남. 그것을 잃었다고 해서, 날아오는 참격을 막을 역량은 다른 사람이 획득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검귀가 상대하는 존재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인 어긋남이다.
검의 부산물, 한때 검신(剣神)의 총애를 받았던 존재에게 흐려진 도신 따위 닿지 않는다.
“――――”
눈앞의 광경에 검귀의 목이 전율로 얼어붙는다.
결정타를 확신한 참격은 도중에 여자에게 닿기 직전에 중단되었다.
별 것 아니다. 여자는 공중에서 장검을 끌어당겨 상하로 덮치는 쌍검 사이에 그것을 꽂았을 뿐. ――짐승이 벌린 입에 막대기를 넣어 버티는 그런 가벼움으로.
장검의 칼끝과 손잡이끝이 쌍검의 도신과 완전히 맞물리고 있다. 검귀를 전율시킨 것은 그 뿐만이 아니라 강철이 맞물리는 소리가 한 번 밖에 울리지 않았다는 점도 있다.
두 자루의 칼을 받아 거기에 쾌음을 한 번만 나게 한다면, 상하로 덮치는 칼날이 자신의 무기의 길이에 딱 일치하는 타이밍을 가늠한 이외에는 없다.
무서운 것은 그것을 보는 안력과 그것을 할 수 있는 기능과, 그만한 일을 달성하고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이다.
“――후.”
너무나도 상궤를 벗어난 기예에 검귀에게서 감탄에 가까운 것이 새어나왔다.
순간, 검극을 막아낸 여자의 다리가 상하로 크게 열려, 아직 참격의 궤도의 중간에 있던 검귀의 양팔을 강하게 걷어차냈다.
충격에 잡고 있던 칼이 손을 벗어난 순간, 있을 수 없을 정도의 무방비를 드러냈다.
직후, 장검이 대기에 단말마를 내게 하면서 옆을 후려 쳐 풀려났다.
덮치는 칼날의 속도, 무엇보다도 사거리.
맨손인 검귀에게는 막을 수단도 벌 시간도 거리도 없다.
장검이 오른쪽 겨드랑이의 얇은 피부를 베어, 그대로 내장을, 척추를 절단해 단숨에 왼쪽 겨드랑이로 빠져 몸이 상하로 분단――피와 내장을 쏟아내어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로 노구가 갈라진다. 그것이 본래 회피할 수 없는 운명의 결말.
요컨대 피할 수 없는 종말. 당연한 최후.
일생을 바친 칼의 종착, 전부를 어이없이 패해, 속죄조차 다하지 못한다.
――그런 최후, 받아들일 수 없다.
“오오오오오오옷――!!”
한순간 뇌리를 스친 선혈의 결말에 반역한다.
검귀의 목이 환각으로 본 종말을 불로 지펴 비색의 활력이 불을 뿜었다. 극한 상태의 집중력이 시간의 경과를 애매하게 만들고, 세계에서 소리가, 색이, 사진과 상대 이외의 모두가 사라졌다.
덮치는 칼날이 상상대로의 궤도를 그려 자신의 몸으로 꽂힌다.
천천히 칼날이 피부를 가르는 감촉에 피의 열과 통증을 느끼면서 원래 세계의 수십배나 중력이 커진 듯한 감각 속에서 양다리에 모든 힘을 넣는다.
발꿈치가 포석을 파내며 도약, 양팔을 오른쪽으로 내려치는 동작으로 반동을 얻는다.
최단거리와 최적의 각도로 몸을 비틀어, 몸에 닿은 칼날을 타고 넘듯이 옆으로 돈다. 옆으로 미끄러져 오는 칼날 위를 몸을 돌리는 듯 회피한 형태다.
“――――”
혼신의 일격을 피해, 그런 여검사도 되돌리는 칼날의 추격이 늦는다.
그 사이에 검귀는 후방으로 튀어나가 떨어져나간 쌍검을 공중에서 잡아냈다. 깊은 숨을 내쉬며, 베인 옆구리에 손바닥을 대며 상처의 깊이를 확인했다.
결코 얕지 않은 상처다.
오른쪽 겨드랑이에 검을 침입시켜 그 상태로 몸을 비틀어 옆으로 돈 것이다. 몸에 칼날이 찔러 들어오는 채로 돌면, 당연히 몸에는 원을 그리듯 참격이 들어간다.
다행히도, 간신히 칼끝이 내장에 닿기 직전에 회피할 수 있었던 것 같지만, 내장의 표면을 긁었을 정도로 베인 상처 자리에서 흐르는 피의 양은 적지 않다.
보통 사람이라면 충분히 중상. 당연히 안정을 취해야 할 상처지만――.
“……처음부터… 길게 싸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짧게 설정되어 있는 제한시간이 더욱더 짧아졌을 뿐이다.
검귀――빌헬름은 벗은 상의를 허리에 감아, 난폭하게 지혈한다. 늠름한 육체를 내보이며 응급처치를 하는 빌헬름에게 추격은 없다.
상대하는 여자는 조용히 그 감정이 없는 눈으로 빌헬름을 보고 있었다.
거기에 어떠한 동요, 작은 변화가 생겨나는 것을 기대하는 자신에게, 빌헬름은 쓴웃음을 짓는다. 스스로 상처를 찌르는 통증으로 의식을 각성시켰다.
“약한 마음은 필요 없다. 꿈 따위 꾸지마라. 만남 따위, 언젠가 하늘 위에서 언제든 할 수 있다.”
“――――”
“망설이며 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늘의 뜻도 기대하지 않는다. 내 아내는 검을 휘두르는 것을 싫어하는 여자였지만, 검을 쥐는 것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 적은 한번도 없다.”
무감정하게 생전의 기술을 휘두르는 사자.
길고 윤기 있는 붉은 머리, 희고 투명하고 매끄러운 피부. 보석을 넣은 것처럼 아름다운 눈동자, 눈을 감으면 언제든 떠올릴 수 있는 사랑스러운 얼굴.
그 모든 것이 눈앞에 있고, 그 모든 것이 눈앞에 있을 리 없는 것이다.
“테레시아, 너는 아름다워. ――그러니, 너는 여기에 있어서는 안돼.”
쌍검을 손 안에서 돌려, 빌헬름은 다시 자세를 잡는다.
여기에 있는 것은 테레시아 반 아스트레아의 남편이 아니다. 여기에 있는 것을 요구당하는 것은 빌헬름 반 아스트레아가 아니다.
이곳에 있어야 하는 것은 검귀 빌헬름.
――죽은 아내의 몸을 앞에 둔, 빌헬름의 마음은 몹시 맑게 첨예화한다.
피는 끓어오르며, 이 소행을 저지른 악랄한 존재에 대한 분노는 끝이 없다.
하지만 이 한순간, 이 순간, 이 일합, 쓸데없는 것은 필요 없다.
한때 친구는, 전우는, 아내는, 빌헬름에게 말했다.
검을 흥분으로 흐리게 하지마, 피를 끓게 하지마, 강철의 차가움을 사랑하라.
지금은 어떤가. 뜨겁게 달아올라 있는 건가.
“아니, 차갑게 식어 있지. ――칼날과 같이.”
달 아래, 검귀가 강철과 같은 시선으로 적을 꿰뚫는다.
상대하는 초급(超級)의 검사도 역시 주저없이 장검의 끝을 흔들거렸다.
순간, 다시 검빛을 서로를 향해 내질렀다.
맞부딪히는 강철의 울림은 비명과도, 간원과도, 구애(求愛)와도 닮아.
끝을 바라면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같이.
마치 끝나지 않는 말을 나누듯이, 검극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 ※ ※ ※ ※ ※ ※ ※ ※ ※ ※ ※
“아, 망할! 왜 반응이 없냐고, 짜증나게!”
지면을 차고, 벽을 차고, 지붕을 차고, 도약한다.
비스듬히 허공을 날아, 짧은 금발을 바람에 휘날리면서, 이빨을 드러내는 그 형상은 필사 그 자체다.
계속 혀를 차면서, 몸에 감도는 초조감이 마음으로부터 여유를 빼앗고 있다.
“젠장! 어떻게 돼먹은 거냐고, 이봐!”
옷을 펄럭이며 착지하는 동시에 바로 뛰어나간다.
인지를 뛰어넘는 육체강도와 신체능력, 그 양쪽이 있어야만 가능한 곡예다. 그러나 자기 육체 하나로 도시를 뛰어넘는 인물, 그의 표정에 그걸 뽐내는 기색은 없다.
그저 필사적으로 반응이 없는 손거울을 향해 고함을 지른다.
달리는 것은 가필, 부르는 것은 손 안의 마법기――대화경이다.
같은 개체와 대화를 할 수 있는 터인 대화경, 그 반응이 없다. 가필의 부름에 아무도 응하지 않는다. 두 조, 반응할 후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청사도, <분노>를 상대하는 녀석들도! 어째서 답이 없는 거야!?”
연락을 주고받는 목적으로 대화경을 나눠, 공략전에 각자가 도착했을 것이다.
실제로 도시청사를 출발한 직후는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실제로 연락이 필요하게 된 상황에 대화경은 그 기능을 침묵하고 있다.
――전해야만 해, 지금 당장.
“도시청사에서 도망가라고, 말해야만 한다고――!!”
혼잣말을 내뱉으며 도약해 눈앞의 거리를 단숨에 뛰어넘어 단축.
난폭한 착지로 발을 디딘 지붕이 부서지지만, 가필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지금은 도시에 대한 피해보다도 반격대의 보전을 우선해야만 한다.
가필이 급히 향하고 있는 것은 도시청사다.
겨우 수십분 전에 출발했을 뿐인 그 장소로, 가필은 혼자서 돌아가고 있다. 동행한 빌헬름을 남겨두고, 필사적으로 대화경에 말을 걸면서.
그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본거지인 도시청사에 위험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빌헬름과 가필 두 사람이 <색욕>이 점거한 제어탑에 당도한 것은 라인하르트의 일격이 <탐욕>에게 날아갔을 때와 거의 동시였다.
저쪽에 오르는 극광을 지켜보면서 두 전사는 제어탑으로 올라갔다.
마중나오는 마녀교도도, 길을 막는 방해꾼도 나오지 않는다. 예상한대로 도시의 습격에 가담한 마녀교의 전력은 간부급이 온 것에 불과한 것 같다.
거기까지는 순조로웠다. 도시의 수문 조작에 필요한 기능, 그것만을 갖춘 제어탑 안에는 찾아 볼 장소도 방도 적다.
둘은 그대로 위층을 목표로 <색욕>과의 결전에 대비했다. <색욕>의 진지가 가장 전력비로는 위험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색욕>에 더해 초급(超級)의 전사가 둘, 도합 셋을 둘이서 상대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긴장이 온몸을 감싼다.
“가능하다면, 여검사는 양보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뭔가 있다고 대장에게서도 들었지만. 그래도말야 나님도 그 여자에게 볼일이 있다고. 아 네 그러세요라고 양보하는 건 무리라고.”
“――그건, 제 아내입니다. 그 녀석들은 아내의 주검을 갖고 놀며, 혼을 짓밟고, 한때 부인이 지키려고 했던 자들에게 검을 향하게 했습니다.”
“――――”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가는 길에 자신이 싸우는 이유를 꺼낸 빌헬름의 말.
자신도 양보할 수 없는 이유를 안고 있었을 가필이, 무심코 입을 다물 정도의 박력이 거기에 있었다. 바로 말대답을 하지 못한 시점에서, 어쩌면 어느 쪽이 저 여검사의 상대에 맞는지, 그것은 정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
말로 한 것은 아니지만, 가필은 빌헬름에게 적을 양보했다. 빌헬름도 그렇게 받아들여, 예를 입에 담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따라서 제어탑에 발을 디뎠을 때, 가필은 온몸의 솜털을 곤두세웠다.
빌헬름이 그 여검사와 싸우게 된다면, 남은 둘의 상대는 자신이 맡아야 한다. 여검사는 물론, 그 옆에 있던 거한도 뒤지지 않는 강자다.
전투력적으로는 <색욕>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지만, 대죄주교의 두려운 점은 전투력 뿐만이 아니라 그 본연의 모습이라고 스바루에게 신물이 나게 듣고 있었다.
고요한 긴장과 넘쳐 흐르는 전의.
점점 강해지는 피냄새를 후각이 파악했을 때 가필은 양다리에 달아 둔 은방패를 장비하고, 목적하는 방을 맹렬하게 걷어 차서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것을 본 것이다.
『얌전히 기다릴 리가 없~잖아, 바보야. 』
방 한쪽에 대량의 선혈로 그린 그 피문자를.
그 의미를 직감한 순간, 가필의 뇌가 끓어올랐다.
습격에 대해서 당연하다는 듯이 도주를 하는 자세. 기다릴 의무 따위 없다. 그것을 노골적으로 해냈다. 그 정신성에.
“――잊고 있었습니다. 녀석들이 이런 놈들이라는 것을.”
목소리를 억누르면서 빌헬름이 품에서 대화경을 꺼냈다. 바로 도시청사로 연락을 하려는 것은 빌헬름이 먼저 가능성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공격에 전력을 나누면, 당연히 본진의 전력은 약해진다. 이런 놈들은 그런 틈을 노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창백해진 가필 앞에서 빌헬름이 반응이 없는 대화경에 혀를 찼다.
동시에 생긴 것은 제어탑 옥상에서 벽을 타고 떨어지는 농도가 짙은 적의.
칼날로 등줄기를 쓰다듬는 것 같은 감각에 가필은 적의 존재를 이해했다.
빌헬름도 역시 그 적의의 정체를 깨달았다.
“가필 공, 도시청사를 부탁드립니다.”
“전속력으로 돌아가는 거라면 나님이 더 빠르지.”
의사교환은 순식간이다.
사정권에 들어온 적은 의심할 것 없이 날카로운 검기를 발하는 인물. 등을 돌려 도망가려고 하면, 그 칼날은 순식간에 두 사람을 배후에서 베어 낸다.
어느 한 쪽이 남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어느 한 쪽이 도시청사로 돌아갈 필요가 있었다.
“계속 불러보십시오. ――우리 주인님을…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할 것까진 없어. ‘리브레의 목소리로 병사는 끓어오른다’고 하지”
던져준 대화경을 받아든 가필은 제어탑에서 뛰어나갔다.
그대로 도시를 뛰어넘고, 수로를 넘어 대답없는 대화경을 향해 계속 소리치고 있다. ――아마, 빌헬름의 싸움도 시작했을 것이다.
“젠장맞을! 감쪽같이 뒤통수를 맞다니……!”
<색욕>이 도시청사로 기습을 걸었다고 한다면 응전이 가능한 전력은 적다.
아나스타시아와 페리스에게 전투력은 없고, 크루쉬도 부상으로 쓰러져 있다. <철의 송곳니>의 구성원 몇 명이 경비를 서고 있지만, 미미와 비교하면 그들의 실력은 부족하다.
미미에 대해 생각한 순간, 가필의 가슴이 애처로움에 쑤셨다.
지금도 죽음의 문턱에 있는, 자신을 진정시키고, 감싸고, 구해줬던 소녀.
그녀의 목숨이 끊어지지 않도록 구해내는 것이 자신의 임무였을 것인데.
그 역할을 감정의 문제로 타인에게 양보하여 보복의 기회는 멀어졌다. 아니면 그 대신에 맡았을 터인 일조차 만족스럽게 다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 이 꼴로 무엇을 하고 있나.
미미에게도, 스바루에게도, 누나에게도, 람에게도, 누구에게도, 얼굴을 들 수 없다.
“나님… 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일까.
반응이 없는 대화경에 비치는 한심한 얼굴을 한 자신. 그것을 저주한 순간이다.
“――읏!?”
지붕을 밟아 부수면서 뛴 직후, 바로 옆에서 뛰어드는 그림자에 대한 반응이 늦었다.
허공에 뜬 몸이 자신보다 훨씬 거대한 질량의 직격을 맞아, 그대로 옆으로 날아가 나가떨어졌다.
괴로운 소리도 내지 못하는 것은 목에 팔꿈치를 밀어 압박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와 산소가 뇌로 돌지 않아 의식을 유지하기가 급속히 어려워진다.
그대로 멀어지는 의식을 붙들어 맨 것은 온몸을 내려치는 충격이다.
공중에서 요격당한 몸이 비스듬히 날아 그대로 바로 옆 건물로 격돌한다. 온몸으로 벽을 부수면서 뿜어 나온 연기를 감아 올리면서 가필의 몸은 휘둘렸다.
둔한 통증과 뼈가 부러지는 고통에 신음소리를 내는 동시에 구속에서 벗어난 것을 이해한다. 가필은 전신의 탄성을 이용해 손이 닿는 범위를 후려 갈기며 몸을 세운다.
자신의 몸은 불빛이 꺼진 건물 안에 있다. 자욱하게 낀 먼지가 달빛에 뿌옇게 비치고, 피를 뱉어 내는 눈앞에 기척이 있었다.
그것이 자신을 떨어뜨려서 여기로 때려 넣은 장본인이 틀림없다.
“이 자식이, 까불었겠다――.”
주먹을 쥐고 뛰어들려는 순간에 배때기로 주먹이 들어왔다.
거대한 상대의 주먹에 복부전체를 타격 당해 가필의 몸이 떠올랐다. 직후에 바로 위에서 내려친 주먹에 후려 갈겨져 그대로 반쯤 부서진 바닥을 부수며 더욱더 아래층으로 떨어졌다.
“이거… 뭐야…… 커!?”
엎드린 자세로 떨어진 몸에, 등에 발바닥이 때려 박혔다.
기세와 질량, 모두 동반한 데미지에 피를 토하면, 젖힌 몸을 더욱더 차여 심하게 굴렀다. 그대로 건물 입구를 날리고, 가필의 몸이 길가로 내던져졌다.
무시무시한 위력에 콜록거리면서 가필은 몸을 세운다. 동시에 간이적인 치유마법을 몸에 걸어 부러진 뼈만 붙이고 얼굴을 들었다.
가필을 쫓아 건물에서 나타난 것은 올려볼 정도로 큰 인영이었다.
전신을 검은 로브로 덮고, 그래도 다 숨겨지지 않는 두꺼운 팔과 양다리. 근육질이라기 보다, 전신이 근육의 갑옷으로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
가필과 벌써 세 번째로 마주치게 된 적이다.
그 이름도 이미 알고 있다.
“<여덟 팔>의 쿠르간…….”
한때 볼라키아 제국에서 검을 휘둘렀다고 하는 영웅의 한 사람.
수십년 전에 제국의 도시방위전에서 전사했다고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빌헬름의 아내와 같은 모습, 사후를 모욕당하고 있어서일까.
“――――”
가필이 이름을 말한 순간, 거한――쿠르간이 팔을 뻗었다.
동시에 그의 몸을 덮고 있던 로브의 잠금이 풀려서 그 모습이 드러났다. 그것은 즉, 영웅 쿠르간의 위용을 바로 앞에서 느낀다는 것과 같다.
상상한대로 그 강건한 육체는 두꺼운 근육의 갑옷을 두르고 있다.
거인족에 필적하는 강대한 체격, 그 목에서 위로는 귀신이라고 할 정도로 패기와 전의가 충만한 투신의 얼굴이 있다.
그리고 투신을 투신답게 하는 것은 그 이색적인 용모의 전투력을 뒷받침하는 여덟 개의 팔이다.
보통, 어깨에서 뻗은 두 개의 팔에 더해서, 같은 곳에서 또 두 개의 팔이 뻗었다. 시선을 내리면 어깨 아래 옆구리 부근을 기점으로 두 개의 팔이 뻗었고, 남은 한쌍은 등 쪽에서 크게 정면으로 손바닥을 향한 형태다.
<여덟 팔>의 쿠르간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상대하는 것만으로 적의 전의를 빼앗을 정도로 오로지 싸움에 특화된 육체.
“――――”
숨을 멈추는 가필 앞에서 아무 말 없이 쿠르간이 무기를 손에 든다.
두꺼운 양다리의 측면, 신기하게도 가필의 방패와 같은 형태로 장착되어 있는 것은 두꺼운 장대로 일그러진 칼――투신이 휘두르는 <오니보우쵸(鬼包丁, 일본도 이름)>다.
투신은 거듭해서 등 쪽에서도 오니보우쵸를 두 자루 꺼내 들었다. 도합, 네 자루의 오니보우쵸. 남은 네 개의 팔은 맨손이지만, 그 모습에 가필은 아직도 압도된 상태다.
얕보이고 있다고 할 여유가 있을리가 없다.
“――――”
몸 떨림이 있다.
진짜 영웅을 앞에 두고, 가필의 몸은 조용히 속에서부터 떨렸다.
영웅담에, 전설상의 인물에게, 이름을 남긴 위인을 동경했던 가필이다.
<여덟 팔>의 쿠르간이라는 이름을 모를리가 없다.
그 투신이 남긴 수많은 전설도 분명히 가필의 동경 안에 있었다.
그것이 지금, 적의 꼭두각시로써 자신의 앞에 서 있다.
나쁜 꿈이다. 악몽은 어제라는 하루부터 끝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이렇게도 악의만이 퍼부어 내리는 것일까.
“……하아… 하아.”
숨을 거칠게 쉬면서, 가필은 자신의 양다리에 손을 뻗는다.
쿠르간의 오니보우쵸와 같이 거기에 은색 방패가 장착되어 있다. 그 가장자리에 손가락으로 만져서, 몇 번이나 표면에 손톱을 긁으며 어떻게든 잠금을 풀었다.
그대로 양팔에, 주먹을 덮듯이 방패를 장비한다. 착용감을 확인하기 위해 주먹을 마주쳐 날카로운 소리가 밤하늘에 울렸다.
장비의 준비는 끝났다. 상처도 싸울 수 없는 상태는 벗어났다.
다만, 마음이 지금도 여전히 어딘가 망설임을 안고 있을 뿐으로.
“바보… 같은 소리 할 때가 아니라고――!”
어금니를 꽉 물고, 가필은 자신의 뺨을 스스로 갈긴다.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의 아픔과 충격에 머리를 흔들어 다시 앞을 본다. 그대로 주먹을 쥐고, 정면에 서 있는 투신에게 엄니를 드러낸다.
“여기서 멈춰 서서, 뭣 때문에 나님이 있는 거냐고! 대장도! 다른 녀석들도 싸우고 있어! 싸울 능력 밖에 없는데도, 꾸물꾸물하고 있겠냐!”
“――――”
기합을 넣어 거칠게 내지르는 가필에게 쿠르간은 아직도 무언.
그대로 그저 조용히 이쪽을 응시하는 투신을 향해, 가필은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바닥을 밟아 깨뜨리며 단숨에 다가간다.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지령의 가호>에 의한 대지의 힘을 퍼 올리고, 그것을 온몸으로 보내 일격으로 변한다.
그것이 석조 건물을 일격에 허물어뜨리는 위력을 가진 주먹이다.
은제 방패로 보강된 주먹의 타격은 그 단단한 일격을 가져 영웅조차 쳐부순다.
단전에 모은 상태에서 방출된 두 팔이 일직선으로 쿠르간의 흉골을 힘껏 때려 박아――.
“――냐고.”
“――――”
가필의 혼신의 일격이 쿠르간의 내민 오니보우쵸에 막혔다.
오니보우쵸 한 자루, 그 칼날 가운데를 직격한 상태로, 타격의 위력을 그대로 받아내고 있었다.
받아넘기기도, 쳐내는 것도 없다.
단순히 정면으로 지르는 힘을, 혼신의 일격이 막힌 것이다.
<여덟 팔>의 영웅의 단 하나의 팔로.
“――부앗.”
경직된 가필의 안면에 어깻죽지의 주먹이 내리친다. 그대로 젖힌 몸이 옆구리에서 뻗은 팔 하나에 잡혀 충격을 놓치지 않은 채 난타를 받는다.
한순간에 광대뼈가 부러지고, 안저가 무너진다. 오른쪽 눈의 시야가 새빨갛게 물들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반 정도 부러져 날아갔다. 몸통을 잡힌 채로 지면에 내리쳐져 두꺼운 발로 걷어 차여 길가를 구르고, 구르고, 구르다 튀어 수로에 빠졌다.
“――아.”
순식간에 모든 것이 멀어지고, 상공에 뜬 달을 응시했다.
달조차 비웃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 직후, 가필의 몸은 수로에 가라앉았다.
――수면이 천천히 붉게 물들어 간다.
2020년 04월 26일 명칭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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