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게시물 링크를 남기는 것만 허용합니다.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웹소설판 5장 50화입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번역을 하려니 뇌가... 뇌가... 떨립...니다. 이번 역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더더욱 퀄리티는 보장을 하지 않습니다. 막히는 부분이 좀 있어서 몇 문장은 소설(...)을 쓰긴 했습니다. 빅 픽쳐... 빅 픽쳐를 생각하고 읽으면 됩니다(...) 51화는 별일 없으면 30~31일 저녁 이후에 올립니다.
원문을 읽으면서 그대로 옮겨 적는 수준에 검수를 하지 않았지만, 내용을 파악하는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공지글에도 써놨지만 퍼가는 것은 무조건 금지합니다. 번역 실력이 출중한 것도 아니고 라이센스를 받은 것도 아니니 긁어서 퍼가는 건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단, 글의 링크를 남기는 것은 괜찮습니다.
원본 주소 http://ncode.syosetu.com/n2267be/368/
제5장 50 『사랑의 유대』
――극광이 사라져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 성당의 상태는 일변했다.
“내가 분명히 전에도 같은 말을 했던 거 같은데 말이지…….”
스바루는 그 광경을 눈앞에서 보면서 작게 한숨을 흘렸다.
입가에 소매를 대고 있는 것은 자욱한 먼지와 흩날리는 목재를 막기 위함이다.
성당은 통풍이 아주 잘 되어 불어오는 밤바람을 맞는 스바루는 기세 좋게 바닥을 밟으며 손가락을 정면에 들이댔다.
“역시 네 쪽이 괴물이잖아!”
“전에도 말했지만 그거 섭섭하다고, 스바루. 자주 그런 말을 들으면 나라고 해도 마음의 상처를 받게 돼.”
“마음의 상처 같은 소리 하고 있을 때냐! 확실히 몸이 망가졌어! 뭐였냐고!”
라인하르트의 규격외의 모습에 새삼스럽게 스바루는 머리를 싸쥔다.
그러자 쓴웃음을 짓는 라인하르트가 돌아보고, 그의 오른손에 있는 빙검이 산산조각이 났다. 한 번 휘둘렀다고 하나 검성의 참격을 견딘 것은 칭찬할 만한 내구도겠지.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낸 에밀리아는 라인하르트의 왼팔에 안겨있다.
레굴루스에게 목을 잡혀 있었던 에밀리아를 그 한순간의 교착으로 빼앗은 것이다.
그 결과, 참격을 맞고 날아간 것은 레굴루스다.
최초의 일격으로써 그런대로 괜찮은 성과지만――.
“그건 그렇고, 정말 아슬아슬했어. 그쪽도 몸은 괜찮아?”
“――――”
스바루가 걱정스럽게 말을 건 것은 라인하르트와 같이 참격 직전에 안겨있던 여성이다. 금발을 가진 아름다운 용모의 여성이지만, 그 눈과 표정에 감정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역시나 충격을 감출 수 없는 광경이었는지, 주저앉은 여성과 눈을 맞추며
“놀라게 했다면 미안해. 녀석의 허점을 찌르려면 이렇게 하는 수 밖에 없어서 말야. 혹시 어디 아프다면 말해 줘. 선처할 테니까.”
「――――」
스바루가 불러도 여성은 조금도 반응하지 않는다.
그 모습이 마음에 걸리지만, 그녀만 신경쓰고 있을 수 없다. 스바루는 계속 앉아 있는 여성을 두고, 우선 제단――이었던 곳으로 향한다.
스바루가 아는 교회와 꽤나 닮은 모습을 하고 있는 성당은 라인하르트의 일격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져 있다.
건물 전면――재단이나 별실로 통하는 복도마다, 모든 것은 극광과 잔해투성이. 간신히 남아 있는 것은 건물 바깥쪽과 후면. 이곳에 있었던 여성들의 자리는 다행히 에밀리아의 빙벽 덕분도 있어서 무사한 것 같았다.
그리고 못쓰게 된 재단에 서 있는 두 사람, 에밀리아와 라인하르트 아래로 달려간다. 에밀리아는 라인하르트의 팔에서 풀려 살짝 괴로운 듯 콜록거리고 있었다.
“에밀리아땅 괜찮아?”
“콜록콜록…… 응, 괜찮아. 목이 조금 아프지만…….”
“무슨 짓 당하지 않았어? 이상한 말 듣지 않았어? 그 녀석 혀로 여자애의 뺨이라든지 핥을 거 같은 타입 같은데 야한 짓 당하지 않았어? 그 신부 의상 엄청 귀엽네? 갈아 입는 건 누구에게, 설마 레굴루스는 아니지? 젠장, 그 녀석 절대로 용서 못해. 그래도 드레스 선택은 괜찮은 것 같아. 뭘 입어도 귀엽구나 에밀리아땅.”
“자, 잠깐 스바루 진정해.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거칠게 콧김을 씩씩거리며 다가서는 스바루를, 에밀리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당황하는 기색을 보인다.
정말로 괜찮은지 구석구석 철저하게 확인하는 스바루의 모습에 에밀리아는 한숨을 푹 쉬며 미소짓는다.
“응, 구하러 와 줘서 고마워. 나, 스바루가 올 거라고 믿었어.”
“나도 에밀리아땅이 나를 믿고 기다려 줄 거라 믿었어. 하마터면 결혼식에 늦으면 어쩌나 하고 생각했지만.”
“괜찮아. 나, 그 사람하고 결혼 같은 거 할 마음 없었는 걸. 누군가와 결혼한다면, 그건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걸.”
“그, 그렇지! 다행이다, 안심했어. 그 좋아하는 사람이란…….”
“아! 라인하르트! 그 상처는 괜찮아!?”
누군지 캐내려는데 라인하르트를 본 에밀리아가 목소리를 높인다.
그대로 에밀리아의 흥미가 라인하르트로 향해서 스바루는 부루퉁히 머리를 긁으며 같이 같은 쪽을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에밀리아를 해방한 라인하르트――그 몸은 생각보다 중상으로 보였다.
흰 의상의 전면이 크게 찢어져 대량의 선혈이 그 옷감을 빨갛게 더럽히고 있다. 폭발물의 직격이라도 받은 것 같은 모습에 에밀리아가 숨을 삼키는 것을 보았다.
“우와, 괴상해! 너, 그거 괜찮은 거야!?”
“맞아, 엄청나게 큰 부상! 상처 치료해 줄게 보여줘!”
“고맙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상처는 아물었습니다.”
당황하는 두 사람에게 웃어 보이며 라인하르트가 하얀 소매로 자기 가슴의 피를 닦는다.
그러자 닦아낸 가슴팍에는 확실히 부상의 흔적이 사라져 있다. 상처는 보이지 않고, 거기에는 상처없는 라인하르트의 몸이 있을 뿐이다.
“상처, 없……지만, 당했었지? 어, 그거 대체 뭐였어? 나한테도 비밀로, 몰래 가짜 피라도 넣었다던가 했다는 거?”
“그거라는 건?”
“시치미 떼지 말라고, 아니면 진짜야? ……레굴루스의 바보 같은 인질선언으로 네가 어떤 대처할지 몰랐으니까 가만히 보고 있었지만, 어떻게 살아남았냐는 말이라고.”
“그렇구나. 네가 가만히 보고 있어 줘서 살았어. 괜히 관심을 끌었다면 오히려 그의 역린을 건드릴 뻔 했거든.”
초조한 스바루의 말에 라인하르트가 평소와 같이 대답한다. 그 대답도 어딘가 빠진 것처럼 생각되어 스바루는 한숨을 쉬었다.
“너니까 어떻게든 할 수단이 있을까 생각했을 뿐이야. 피투성이로 쓰러졌을 때는 죽은 줄로 알았으니까 꽤나 진심으로 똥줄이 탔지만…….”
“그런데도 너는 움직였어. 믿어 줘서 고마워.”
“네가 의미심장하게 부족한 부분은 맡기겠다던가 직전에 말했으니까 그렇지.”
악의가 없는 라인하르트의 어깨를 쿡 찌르며 스바루는 욕이 섞어 응한다. 그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면서 에밀리아가 눈을 둥글게 떴다.
“겨우 그 정도의 대화로 그렇게 협력한 거야?”
“에밀리아땅도 라인하르트에게 얼음의 검을 넘겨 줬잖아. 똑같아.”
“그건 고맙습니다. 무기 없이 그의 몸을 건드리는 것은 조금이지만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으니까요. 정말 충분한 대응이었습니다.”
“건물이 반파됐으니 부탁할게 그건. 뭐, 생존 플래그지만.”
이전의 엘자 때도 있어서 낙관은 하지 않는다.
지금도 이렇게 대화하면서 레굴루스에 대한 경계는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런데 라인하르트, 아까 그 속임수에 대한 답은? 분신인가… 설마 대역술은 아니겠지. 기사 뿐만이 아니라 닌자였다 같은 말은 하지 말아 줘.”
“닌자가 뭔지 모르겠지만, 대단한 속임수는 아니야. <불사조의 가호>라고 해서 한번이라면 죽은 상태에서 되살아나는 가호 덕분이야. 그러니까 죽은 것처럼 보였다는 너의 의견은 맞아. 실제로 잠깐 죽었으니까.”
“잠깐 죽었으니까…가 아니잖아! 뭐야, 바보야?”
예상외라 해야 할까, 상상 이상의 대답이 돌아와서 스바루는 혼란하기만 하다.
<불사조의 가호>로 한 번 죽을 수 있었다던가, 죽음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스바루가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아니, 오히려 스바루니까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너, 남의 특기를 빼앗다니 무슨 생각이야…….”
“――? 미안해. 하지만, 대죄주교의 신경을 끄는 데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어. 실제로 잘 됐어. 뭐, 또다시 죽는 것은 사양하겠지만.”
“왠지 나를 구하기 위해 죽어 줬다고 하니 엄~청 죄악감이…….”
“으읏.”
“어째서 스바루가 괴로워 보이는 얼굴을 하는 거야?”
잇달아 부메랑이 날아 와, 이 이상 대화는 정신적인 부담이 크다.
거기에 그 이상 대화는 아무래도 계속될 것 같지 않다.
“――스바루.”
“알고 있어.”
푸른 눈을 가늘게 뜨며 라인하르트가 스바루를 부른다.
불린 스바루가 얼굴을 들고, 에밀리아도 라인하르트와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그 시선 끝에 꺼림칙한 귀기를 내보내는 흉인이 서 있다.
흉인은 붕괴한 성당의 잔해, 수북이 쌓인 그 위에서 세 명을 내려본다. 흰 머리에 흰 옷, 그리고 흰 표정과 흰색으로 갖춰진 흉인이 그 입을 일그러뜨렸다.
“나를 따돌리고 화기애애하게 즐거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걸까? 그렇다 치더라도 이렇게까지 해놓고 평상심이라니 인간성이 없구나. 아니면 그걸까. 개미인가 뭔가라도 짓밟은 감각일까? 나를 날려버리다니 벌레를 밟아 죽인 것과 다름없다는 것일까? 그거잖아, 어떨까!?”
자신이 자신의 감정을 극단화 하면서, 잔해에서 레굴루스가 성당으로 내려왔다.
착지와 동시에 하얀 턱시도의 옷깃을 바로 해 빳빳하게 상의의 소매를 폈다. 상의와 같은 색인 바지의 발밑을 털고 이쪽을 노려보는 모습은 태연하다.
그것은 라인하르트의 혼신의 참격을 받은 직전과 조금도 변화하지 않았다.
부상은커녕 의류에 흐트러짐조차 없는 것이다.
“그렇군, 스바루에게 들었던 대로 이건 기묘한 상대야.”
“아까 너희들은 대죄주교라는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이 사람이?”
라인하르트와 에밀리아가 레굴루스를 보면서 각자 말을 한다.
그것을 들은 레굴루스가 증오에 불타는 눈빛으로 에밀리아를 노려본다.
“그래, 맞아. 나는 마녀교 대죄주교 <탐욕>담당 레굴루스 코르니아스. ……그것보다, 부부의 인연을 맺기 직전까지 갔던 상대의 신원을 모른다던가, 아내로서 자각이 없다던가 이전의 문제아냐? 괘씸하고 부도덕하고 돼먹지 못하고! 정말, 터무니없는 결함녀구나, 너는!”
“돼먹지 못하고 뭐고, 당신이 나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잖아. 괘씸하고 부도덕도 짚이는 데가 없어. 거기에 당신이 마녀교라면…… 마녀교, 마녀교……?”
더러운 욕을 퍼붓는 레굴루스에게 반론하려고 했던 에밀리아의 표정이 흐려진다.
에밀리아는 머리에 손을 대고 뭔가를 떠올리려 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마녀교에… 대죄주교…… 당신, 전에 나와 만난 적이 있어……?”
“뭐어? 모르겠는데? 그것보다, 이제 와서 아쉬워하며 운명적인 만남이라던가 말해도 가소로울 뿐이지. 모처럼 얼굴이 귀엽다 했는데 정신적으로 바람녀라니 이제 소용없어. 나는 그런 너…… 부앗!”
“주절주절 시끄럽다고 바보야.”
재잘재잘 쓸데없는 말을 계속하는 레굴루스의 얼굴로 스바루가 휘두른 채찍이 날아왔다. 충격에 못마땅해 하던 레굴루스가 화가 치밀어 스바루를 본다.
그 뺨에는 역시 일격을 가한 흔적은 없다.
“이거 본격적으로 <무적>의 속임수를 풀지 않으면 승부가 안 나겠네…….”
“참격도… 채찍도 공격도 안되나. 에밀리아 님의 마법도 통하지 않았고, 이거 쓰러뜨리려면 성가실 것 같은데. 스바루, 기대할게.”
“아까부터 뭐라고 조잘조잘거리는……!?”
고개를 갸웃하는 스바루, 그 어깨를 라인하르트가 두드린 직후――그의 모습이 사라진다.
다음 순간, 라인하르트의 앞차기가 레굴루스의 몸통을 직격해 그대로 흉인의 몸을 후방으로 날렸다.
“으, 아――!?”
목소리를 높이는 레굴루스는 낙법 자세를 하지 못한 채 방금 전의 잔해 더미로 되돌아가는 모양으로 파고들어, 더욱이 더미를 무너뜨리면서 관통했다.
“그의 상대는 내가 하지. 스바루, 너는 그 <무적>의 속임수의 공략법을 찾아 줬으면 해. 시간벌이는 맡겨 줘.”
“그래. 시간을 버는 건 괜찮은데…… 그냥 저걸 쓰러뜨려도 괜찮다고?”
“가능하다면 빨리 그러고 싶은 마음이야. 스바루는 여성들을 안전한 장소로 보내 줘. 여기도 곧 전장이 될 거야.”
“잠깐, 라인하르트. 그다지 쓸 만하진 않겠지만, 이거 써.”
가볍게 앞으로 나가려고 했던 라인하르트를 에밀리아가 불러 세운다. 그녀가 그 손에 쥔 것은 마법으로 다시 만들어 낸 빙검이다.
“엄~청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아까 것보다는 튼튼할 거야.”
“감사히 쓰겠습니다.”
에밀리아가 내민 빙검을 받아든 라인하르트는 정중하게 예를 표한다.
그리고 나서 얼굴을 앞으로 향하여 레굴루스를 쫓아 성당 밖으로 뛰쳐나간다. 도약 한 번으로 시야에서 사라진 각력은 바로 날아간다고 하는 것이다.
그대로 시야의 반대편에서 다시 충격파가 발생하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그것을 실감하면서 스바루는 에밀리아를 돌아봤다.
“에밀리아땅! 일단, 라인하르트에게 휘말리지 않도록 여자들을 피난시키자. 모두 밖으로…… 설마, 여기 전원이 레굴루스의 부인이야?”
새삼스럽지만 빙벽 저편에서 거동조차 하지 않는 그녀들의 이질성이 눈에 띈다.
레굴루스의 아내라는 것은 그녀들은 마녀교의 구성원인 것일까. 잠깐 본 것으로도 50명 가까이 정도지만, 이게 일제히 덮쳐 올 경우, 베아트리스가 없이 스바루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보면 위험하다.
그러나, 그런 스바루의 불안을 에밀리아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한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 사람들은 모두 레굴루스의 부인이지만, 협박당해서 그 사람을 따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런가. 그렇구나. 저 사람들이 적이라면 라인하르트가 그냥 둘리가…… 없… 위험햇! 아까부터 휙휙 날아오고 있어! 무셔!”
성당 밖에서는 라인하르트와 레굴루스의 사람을 벗어난 결전이 펼쳐지고 있다.
그 충격에 튀기는 잔해나 돌조각이 마치 탄환과 같은 위력으로 날아오는 것이다. 역시나 한 발이 귀 바로 옆을 스치면 여기도 무사하다고 낙관할 수는 없다.
밖의 공격은 라인하르트가 압도적으로 우위지만, 레굴루스의 권능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은 그라도 상황이 좋지 않을 뿐이다. 이쪽으로 흉인의 공격이 향하기 전에 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지만――.
“저기, 당신. 괜찮아? 어디 상처는 없는 거지?”
스바루가 생각에 잠긴 사이에 에밀리아가 금발의 여성의 어깨를 흔들고 있다.
방금 전 채찍으로 구한 여성이다. 제단 앞에 서 있었던 것을 보면, 다른 여성들과 다른 입장에 있는 여성일까. 여전히 표정에는 생기가 전혀 없다.
여성은 말을 거는 에밀리아를 쳐다보며 흔들흔들 목을 끄덕였다.
“저는…… 저희들은 여기에 남습니다. 당신은 도망가려면 마음대로 하세요.”
“남다니, 어째서? 다리라도 다쳤어? 그거라면 내가 금방 고쳐 줄게. 다른 사람들도, 저런 얼음벽 한 장으로 안심할 수 없어. 어서, 여기에서 나가야 돼!”
“거절하겠습니다. 여기를 떠나는 것은 당신 뿐입니다.”
“어째서!? 여기에 있으면 말려들고 말아! 레굴루스는 분명 여기에 당신들이 있어도 신경쓰지 않고 공격해. 어서 도망가야…….”
“――서방님에게서 여기에서 벗어나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습니다.”
필사적인 에밀리아의 목소리를, 몹시 차가운 감정의 여성의 목소리가 막았다.
그녀는 그 투철한 눈빛으로 에밀리아의 자줏빛 눈동자를 바라본다.
“서방님의 말을 듣지 않고, 마음대로 하면 노여움을 사고 맙니다. 그리 되면, 결과는 마찬가지.”
“그런 거…… 이상해…….”
에밀리아가 말문이 막히는 기분을 스바루도 안다.
완고함에는 자기가 없다. 완고하다고 하기에 굳셈이 없다.
여성의 말과 태도의 하나하나를 보면, 이미 떨칠 수 없는 체념만 있었다.
그녀는――아니, 그녀들은 포기해 버리고 있다.
레굴루스에게 그 마음을 산산이 부서져, 레굴루스가 없이 매사를 생각할 수 없다.
그것은 이미 말이나 행동으로도 의지하지 않는 저주라는 폭력이다.
“레굴루스를 상대하고 있는 건 <검성> 라인하르트야. 당신들은 레굴루스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지만, 라인하르트가 저 녀석을 반드시 쓰러뜨린다. 그러니까, 이런 곳에서 무의미하게 목숨을 걸어도 어쩔 수 없어.”
“누가 상대라도 같습니다. <검성>? 웃기지 말아 주세요. 누가 서방님에게…… 레굴루스 코르니아스와 대적하겠습니까.”
스바루의 호소를 여성은 코웃음 치며 흘러 넘겼다.
그건 그녀가 처음으로 보인 감정다운 감정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꿈 이야기를, 어른답지 못한 어른이 웃어넘기는 것 같은 조소.
――이쯤 되면, 스바루도 그 일그러진 관계를 이해할 수 밖에 없다.
레굴루스 코르니아스의 부인들은 그 이상이 없을 정도로 남편의 강함을 믿고 있다.
그것이 상대가 <검성> 라인하르트라도 흔들림이 없을 정도로 굳은 신뢰로, 누구도 풀 수 없는 주박의 사슬이다.
레굴루스는 그 비할 데 없는 압도적인 힘으로 부인들의 마음을 확실히 붙들어 매고 있다.
부인은 남편을 믿고, 남편은 부인의 마음을 잡고 놓지 않는다. 일종의 이상적인 부부의 자세.
그것은 겉모양은 그렇게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일그러진 것이다.
“제길…….”
통감한다. 말로 그녀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다.
눈앞의 여성의 의견은 이 장소에 있는 같은 입장의 여성들 모두의 의사다. 그것은 전혀 이의없이, 조용히 좌석에서 눈을 감는 여성들의 태도가 증명하고 있다.
그녀들을 여기에서 무리하게 데려 가려고 한다면, 전원을 기절시켜서 한 사람씩 옮길 정도로 철저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짓을 하고 있을 여유 따위는 여기 있는 누구에게도 없다.
“――라인하르트! 작전변경이다! 먼저 I작전을 실행해!”
여성들의 설득을 포기하고, 스바루는 무너진 제단을 뛰어 올라가 라인하르트를 부른다. 어렴풋이 밤이 다가온 도시 안의 길에서 중력을 거스르는 라인하르트가 건물의 벽으로 달리고 있다. 그 사이에 살짝, 그 눈이 스바루 쪽을 봤다.
‘I작전을 먼저? 스바루, 그녀들의 피난은?’
“――!? 뭐야!? 너, 이거 어디서 말하는 거야!?”
‘전심의 가호야. 보이는 거리의 친구에게라면 목소리를 전할 수 있어.’
“점점 인간을 벗어나지 마라고!?”
전율을 숨길 수 없는 스바루의 앞에서 라인하르트의 움직임이 인지를 넘는다.
달려가던 벽을 차 공중을 날아 라인하르트가 고속으로 스핀.
그 몸이 착지하기 직전, 옷자락을 펼쳐 감속했다고 생각하니, 긴 다리를 자랑하는 움직임으로 지면 위를 바람의 칼날이 달렸다.
회오리치는 분진이 벽돌바닥인 지면을 젖히고, 그 종단에서 하얀 흉인을 직격――몸을 버티지 않은 채 레굴루스처럼 보이는 그림자가 또다시 날아갔다.
“방금 살인기예단 같은 건 뭐야?”
‘그가 돌이나 모래를 날려서 공격해 오니까. 흩날리는 모래알 사이를 맞지 않도록 피하는 중이야.’
“내겐 비를 피하는 차원의 이야기로 들려. ――그것보다, 장소변경이다! 저 여자들이 움직이지 않아! 레굴루스가 무서워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그렇군, 알았어. ――그럼, 해볼까.’
라인하르트의 목소리가 낮아지고, 가벼운 도약으로 레굴루스에게 접근한다.
일어서는 레굴루스가 지면을 차 목재의 파편이나 모래알을 감아 올렸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이것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회피해서 육박해, 아껴 둔 에밀리아의 빙검을 휘둘러 레굴루스의 몸을 상공으로 쳐 올린다.
날아간 흉인의 절규와 산산조각나는 빙검의 경쾌한 소리가 겹친다.
“스바루! 기다려, 어쩌려는 거야?”
“지금부터 녀석을 유도해서…… 와, 에밀리아땅 대담하네.”
“그럴 게, 이 드레스, 귀엽지만 움직이지 힘들어서…….”
스바루의 시선의 끝, 드레스의 옷자락을 찢은 에밀리아가 서 있다.
움직이기 불편한 하얀 웨딩드레스를 대담하게 튼 스커트로 개선. 대신에 에밀리아의 길고 하얀 다리가 꽤나 위까지 노출되어 눈에 해롭다.
“그런 건 됐어! 그것보다, 라인하르트에게 뭘 시키는 거야?”
“여기에 오기 전에 생각했던 작전의 하나. 레굴루스의 권능이 아직 어떤 방식인지 모르니까.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한 개씩 깨 가는 계획이야.”
그리 말하며 에밀리아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스바루는 성당 끝에 둔 라인하르트의 애검을 주웠다. 그러고 나서 그대로 에밀리아와 같이 라인하르트의 전장을 쫓아갔다.
※※ ※ ※ ※ ※ ※ ※ ※ ※ ※ ※ ※
“푸앗! 이 촐랑이가!!”
욕을 내뱉으며 레굴루스가 능력을 발휘한다.
노리는 것은 지그재그로 도약하는 라인하르트로로, 무기는 주변에서 주운 자갈이다.
자갈의 산탄은 평범하게 생각하면 겨우 모래로 눈을 가리는 정도의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결투에서 그것을 사용하는 품성이 애초에 칭찬할 만한 것이 아니지만――레굴루스의 행동에 한해서 그 단순하고 비열한 전법의 위력이 폭발적으로 변한다.
밤거리를 자갈이 날아간 곳부터 붕괴시켜 파괴가 경치를 유린하고 있다.
“――싯!”
그 자갈 유린극을 앞에 두고, 라인하르트는 과장스럽게 회피행동을 한다.
지면에 붙은 것처럼 몸은 낮게 하고, 전신의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면서 고속으로 이동한다. 그 속도는 겉보기로 볼품없음과 달리, 일반인이 눈으로 쫓지 못할 정도로 빠르다.
따라서 초보와 다름없이 움직이는 레굴루스는 라인하르트를 쫓을 수 없다.
“이……! 어디 가는 거야, 벌레 주제에!”
놓친 위협에 대해 레굴루스는 사방팔방을 막무가내로 공격한다.
희미하게 피부가 돋아, 자신의 몸에 위험이 다가오는 전조――선천적으로 갖춰진 생존본능이 눈앞에 존재하고 있는 적대자를 향해 경고를 발한다.
실제로 그 외적에게 위협을 느끼냐 아니냐가 아니다.. 생물이라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느끼는 감각이다. 레굴루스 또한, 전신의 신경으로부터 호소를 느끼고 있었다.
――다만, 전방향, 모든 감각으로부터 다가오는 불가사의한 위협이라는 조건으로.
“너, 대체 뭐냐고오오오――!!”
“왕선후보자 펠트 님의 기사다. 꼭 펠트 님을 편들어 줬으면 좋겠군.”
“――!?”
농담으로 조롱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이 들 정도로 정연한 목소리로 말한다.
눈을 돌린 레굴루스의 두부에 딱딱한 감촉과 충격――아마도 철재로 얻어 맞았을 것이다. 한방으로 근본부터 꺾여 내버려지는 것 같은 새된 소리가 들린다.
지면을 노려보는 굴욕에 레굴루스가 입술을 깨문다.
라인하르트는 날카로운 발놀림으로 지면을 차서 적을 집중시키지 않는 자세다.
<검성>과 <탐욕>의 공방, 그 우세는 상대하는 당사자들에게도 명백하다.
상궤를 벗어난 전투력을 발휘하는 대죄주교조차도 농락하는 라인하르트의 실력은 이미 이 세상의 것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기는 것은 나라는 것을 너는 모르는 걸까. 그 폭력적으로 타인을 학대하는 것만 생각하는 힘으로 얼마나 잘 해 왔는지 모르지만, 희생 위에서만 자신의 행복을 쌓는 놈 따위 거기서 끝이라고! 네가 그 힘으로 얼만큼의 사람의 인생을 짓밟아 왔는지 그 욕심이 역겹구나.”
“――듣기 힘든 말이다. 분명 나 때문에 행복을 포기한 사람도 있다. 내가 이러는 것은 그 속죄임이 틀림 없지.”
레굴루스의 지리멸렬한 주장에 라인하르트가 눈을 살짝 내리떴다.
그 동조하는 검성의 자세에 레굴루스는 눈을 크게 떴다.
“뭐야 그게. 그런 말 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듯이 뻔뻔하게 나오는 거? 자신의 죄는 자신이 자각하고 있습니다. 자각해서 나쁜 점을 고치려고 하고 있다니, 그걸로 전부 없던 것으로 할 속셈이야? 헛소리 그만해. 누구도 네가 미래에 할 것 따위 기대하지 않는다고. 중요한 것은 과거라고. 네가 짓밟았을 때 그 밑창을 핥았던 누군가가 있었다는 거야. 그 사람에 의해 네가 자기 이외의 누군가를 몇 만명, 몇 억명 구했다 해도 아무 의미가 없어. 죄인이, 지금 당장 죽으라고. 남의 것을 탐내 놓고 선인인 척 적당히 하라고.”
“너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거울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어. 스바루가 제대로 귀를 귀울이지 말라고 한 것은 이런 이유였나.”
“그러고 보니…… 아까, 저쪽에 있던 것이 스바루인가. 내게 신부를 빼앗은, 강간마 같은 개자식…… 창녀는 둘째 치고, 저 녀석도 가만 둘 수 없겠어. 남의 것을 가로채는 녀석에겐 마땅히 벌을 내리면 안되게――푸아!?”
말하는 도중에 레굴루스의 천지가 뒤집혔다.
보면 순식간에 다가간 라인하르트가 레굴루스의 왼쪽 발목을 잡고 그 몸을 휘두르고 있다. 무시무시한 시야의 회전 속에서 벽에 등부터 내팽겨쳐졌다.
충격으로 분진이 날아올라 석조 건물을 파괴하면서 계속해서 휘둘리고 있다.
“너를 직접 건드는 것은 꽤나 위험한 도박이라 생각했지만, 이대로 한번에 갈게.”
“뭐냐고, 자신에 대해서 말하는 건 괜찮아도 친구는 안 된다는 거? 더욱더 역겹다고 위선자놈…… 정상이 아닌 네게, 제대로 된 친구 따위 있을 리가 없잖아. 강간마라 불리는 녀석이 누군가와 친구라니――”
“너와 제대로 붙는 것은 끝이다. 차마 들을 수 없군. ――친구를 욕하는 건 특히.”
바람이 두 사람의 몸을 맹렬히 감싸, 급속한 부유감이 직후에 덮친다.
찾아보니 두 사람의 모습은 밤하늘 가운에 있어, 바로 옆에는 만월이 빛나고 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있는 달빛을 받으며 레굴루스가 혀를 찬다.
“그러니까, 위력은 문제가 아니라고. ――높은 장소에서 내던지면 그걸로 이긴다던가 그런 건 너무 낙관적이잖아. 나를 바보로 보는 거냐?”
“위력으로 떨어뜨린다면 땅이 푹 꺼지게 처박는 것을 시험해도 괜찮지만…… 그게 아닌 것으로 해줄게.”
“뭐를…….”
발판이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서 라인하르트는 몸놀림만으로 상하를 바꾼다. 다리를 잡힌 채였던 레굴루스는 원심력을 받아 자신이 머리 위로 치켜 들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눈 아래 광경에 눈을 크게 뜬다.
“설마…….”
“우선 제1탄이라는 것 같다. ――다시 만나지 않는 것을 바랄게.”
라인하르트치고는 드문 야유, 레굴루스에게 그것을 마음에 둘 여유는 없다.
치켜 올려진 몸이 라인하르트의 팔의 힘만으로 단숨에 밑을 향해 내던져졌다. 휘어진 막대기와 같은 근력이 결코 가볍지 않은 레굴루스의 몸을 탄환처럼 빠르게 바로 아래로 투하――바람을 받는 레굴루스 앞에 수로의 수면이 다가온다.
“이런, 고작 물 정도로……!”
상하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회전하면서 레굴루스는 착수에 대비해 양손을 내민다. 상공의 라인하르트는 무방비로, 언젠가는 같은 장소에 떨어져 간다.
요격, 저 여유로운 얼굴을 분쇄해주는 것이 가능하다.
그 생각은――.
“――에밀리아, 해치워버려!”
“울 휴마――!”
들려온 화가 치미는 남녀의 목소리와, 눈 가장자리로 인식한 화가 치미는 남녀의 조합.
이쪽을 가리키는 흑발의 소년과 조용히 영창하는 은발의 소녀.
다음 순간, 레굴루스의 바로 위에서 낙하하는 그를 앞지를 기세로 고드름이 사출된다.
고드름이 레굴루스의 손발, 턱시도의 옷자락을 잡아 낙하를 가속시키고, 거기에 마지막 한 발이 레굴루스의 등 한가운데를 직격, 그 몸을 얼어 붙게 한다.
모두 합쳐 다섯 발의 고드름이 레굴루스의 손발을 구속하고, 몸을 얼어붙게 해서 수로로 떨어뜨렸다. 그대로 빙결의 마수가 넓어져 레굴루스의 착수지점을 중심으로 물줄기가 얼어붙어――얼음의 묘비가 수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 ※ ※ ※ ※ ※ ※ ※ ※ ※ ※ ※
“――물에 쳐박기 작전, 통칭 I작전은 무사히 성공했다.”
“이걸로 효과가 있다면 좋을 텐데.”
얼어붙은 수로를 바라보는 스바루 옆에 달빛을 받는 라인하르트가 착지한다.
공중에서 레굴루스를 던진 시점에서 착수를 피하는 낙하궤도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이제 와서 빠지면 모양이 안 살겠지.
공중을 차는 것 정도는 라인하르트가 했다는 시점에서 놀랄 것도 아니다.
“손발의 움직임을 막아서 물속으로 떨어뜨리고, 그대로 얼린 거라고?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떠오르는 건 무리가 아닐까…….””
라인하르트의 반대편에서 수면을 노려보는 에밀리아가 그렇게 투덜댄다.
작전입안은 스바루로, 어시스트는 라인하르트. 하지만, 실제로 레굴루스를 철저히 몰아넣은 것은 에밀리아다. 상대가 말이 통하지 않는 흉인이라고는 하지만, 역시나 에밀리아의 표정은 주눅이 든 분위기가 크다.
제대로 진행된다면 익사체를 만드는 데에 공헌했다는 것이 된다.
에밀리아가 지나치게 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없었다.
“――――”
그런 에밀리아를 곁눈으로 보면서 스바루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긴다.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대로 레굴루스가 익사하는 것이 가장 바라는 결과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빈사 정도의 상태가 된다면 Better.
다만, 최악의 가능성도 상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라인하르트!”
“――읏!”
――눈앞의 수면이 균열이 생겨 솟아오른 수류가 이쪽을 덮쳤을 때 등이다.
밀려오는 물보라에 대비해 라인하르트는 그 자리에서 스바루와 에밀리아를 잡는다. 허리에 팔을 감아 단숨에 바로 뒤로 도약――물보라가 닿지 않는 장소까지 두 사람을 멀찍이 떨어뜨린 라인하르트는 그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래도 이번엔 결판이 나지 않은 것 같아.”
“그러게. 그렇다 치고, 역시 위험한데 저 녀석.”
라인하르트와 스바루의 감개는 각자 보고 있는 것이 다르다.
라인하르트가 보고 있던 것은 수면에 떠오른 유빙 위에 서 있는 인물. 그리고 스바루가 본 것은 그 인영이 장난으로 날린 물보라의 결과다.
흩날린 물보라는 스바루 일행이 있던 지점에 쏟아졌다.
그리고 물거품은 지면을 적시는 정도의 결과로 멈추는 귀염성 따위 없이, 그대로 지면을 송두리째 파냈다.
그 파괴력은 레굴루스가 자갈이나 모래알을 날렸을 때와 조금도 손색이 없다.
즉, 레굴루스의 저 공격은 고체든 액체든 무기를 가리지 않는 것이다.
“……몸이 아무 데도 얼지 않았어. 아까 성당 때랑 같아.”
에밀리아도 역시, 유빙 위에 선 레굴루스를 보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스바루가 그녀에게 부탁한 것은 마법에 의한 손발과 몸통의 빙결이다. 스바루의 적당한 지시대로 고드름은 레굴루스의 손발과 몸 한가운데를 꿰뚫어 그대로 절명하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적확하게 급소를 찔렀다.
단지, 착수 시점에서 고드름의 끝은 레굴루스의 몸에 꽂히지 않았고, 표면을 얼렸을 뿐인 결과라면 성당에서 이미 본 대로다.
레굴루스에게 빙결도 마법도 통하지 않는다.
참격이나 타격도 똑같이, 그것들도 녀석에겐 무효화 대상이다.
“저 녀석이 <분노>의 불꽃을 무효화한 시점에서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지만…… 무적능력의 기본, 물리나 마법 어느 쪽인가 특화되었다는 건 사라진 건가.”
“I작전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확인했어?”
“그에 대해서는 좀 더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라인하르트의 말에 응한 순간 수면에서 변화가 생겼다.
얼음, 갈라진 수면과는 다른 부분에서 소용돌이가 발생한다. 그것은 서서히 위력이 늘어 레굴루스가 올라탄 유빙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수룡――!”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튀어나온 빙상의 레굴루스를 노려 용이 이빨을 드러냈다.
도시를 종횡무진으로 둘러싼 수로를 헤엄치는 길들여져 있을 수룡이다. 사람을 공격하지 않도록 훈련을 받았을 수룡이 레굴루스의 가는 허리를 노리고 입을 벌린다.
어쩌면 그 수룡도 <분노>의 영향을 적잖이 받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본래 일어나지 않았을 참극――그러나 그 입이 닫히지 않는다.
“――읏.”
뜻하지 않게 지켜본 처절한 광경에 스바루의 목이 메였다.
그 순간에 일어난 갑작스런 사태를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좋은 것일까.
――레굴루스를 물어 뜯는 순간, 수룡의 턱이 갈라졌다.
마치 *다루마오토시 놀이의 유희와 같이 수룡의 아래턱을 밀어낸 것이다.
몸은 레굴루스에게 뛰어든 기세 그대로 아래턱이 밀리면서 단숨에 미끄러진다. 레굴루스에게 덤벼 수로로 돌아갔을 터인 몸은 윗턱과 아래턱이 어긋나는 것을 수정하지 못한 채 전후로 크게 갈라져 두 동강이 났다.
*다루마오토시 놀이는 나무블럭을 쌓고 망치고 뽝 쳐서 밑에 있는 블록을 빼내는 놀이
턱 한가운데에서 전후로 양단된 수령이 선혈을 뿌리면서 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한 박자 뒤, 떠오로는 것은 엄청난 양의 피와 내장을 흘리는 수룡이었던 잔해인 시체다. 그것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살육이었다.
“에밀리아 님. 가능하다면 창을 만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응?”
“창입니다. 얼음으로 창을 부탁드립니다.”
같은 것을 보고 멍해진 에밀리아에게 라인하르트가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 의미가 머리속에서 연결된 에밀리아가 당황하며 마나를 집중한다.
몇 번인가 형성에 실패를 하면서 에밀리아는 빙창을 만들어내어 라인하르트에게 건냈다. 라인하르트는 받아든 빙창의 감촉을 확인하면서
“실례하겠습니다.”
빙창을 쥔 팔을 뒤로 빼, 그것을 레굴루스를 노리고 던졌다.
쏘아진 창은 똑바로――단, 뾰족한 창끝이 레굴루스를 향하지 않았다. 옆으로 선 채, 이건 자루가 레굴루스를 직격하는 형태다.
그리고 실제로 그대로, 창은 자루 부분으로 레굴루스에게 격돌해 딱 두 동강이 나서 수로 속으로 떨어졌다.
“지금 건, 무슨 의미가……?”
“그런가. ……그런 건가… 라인하르트.”
부러진 창의 말로를 끝까지 지켜본 에밀리아가 고개를 갸웃한다. 단, 그 옆에서 스바루는 지금 라인하르트가 한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결과에 전율했다.
스바루가 이해한 기색에 라인하르트가 지긋이 본다. 그리고
“에밀리아 님, 그와 부딪힌 창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셨습니까?”
“그건 부러졌잖아? 얼음창은 진짜와 다르게 휘지 않고, 그 기세로 부딪힌다면 부러져서 두 개가 되는 건 당연한 걸로…….”
“아니오, 창은 부러진 것이 아닙니다. 창은 부딪힌 곳이 빠졌습니다. 그에게 닿은 곳이 빠져 나뉘었습니다. 두 개가 아니라, 세 개가 됐습니다.”
라인하르트의 설명이 창과 수룡에게 일어난 것에 대한 답이다.
레굴루스의 몸에 부딛힌 두 개의 물체는 어느 쪽도 부딛힌 곳이 레굴루스의 몸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내팽개쳐졌다. 이것이 단순한 벽이라면 부딛힌 곳은 튕겨지고 부숴지지만, 그렇지 않다.
레굴루스의 육체는 부딪힌 것을 문자 그대로 완전히 거절하고 있다.
“――반반한 얼굴로 기어오른다라 하면 이거다.”
세 명이 공통된 이해에 도달했을 때 빙상의 레굴루스가 느닷없이 중얼거렸다.
그 조용한 음성은 정말로 그저 조용히 중얼거릴 뿐이라 생각된다. 그리 생각하면서 스바루는 지금까지 중에 가장 등골이 서늘했다.
“모르고 있어, 모르고 있어 모르고 있어 모르고 있어. 너희들은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아무것도 몰라. 소용없어. 무슨 짓을 해도 승산 따위 없다고. 닿지 않아.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무의미하다고. 왜 어째서 그걸 모르는 걸까. 말을 해도, 행동으로 보여 줘도, 결과를 봐도…… 모르는 걸까.”
중얼중얼 말하면서 레굴루스가 유빙 위에서 뛴다. 도약력이 모자라 그의 몸은 물 속으로 떨어졌다. 순간, 그 모습이 사라졌다. 하지만 바로 수로의 가장자리에 손을 걸고, 몸을 들어 올려 거리로 올라간다. 그대로 이쪽을 노려봤다.
“――몸은 어느 곳도 젖지 않아. 숨도 헐떡이지 않아. 얼음 조각은 물론, 피 한방울도 흐르지 않아. 옷도 흐트러지지 않아. 물도 젖지 않아.”
이쪽을 보는 레굴루스를 관찰하는 라인하르트가 빠르게 스바루에게 묻는다.
그 내용을 듣고 스바루는 경악을 이를 물면서 배려에 고개를 끄덕인다. I작전으로 보고 싶었던 부분은 그럭저럭 전부 확인했다고 봐도 된다.
단, 원했던 결과는 제로고, 예상했던 최악의 결과다.
“스바루, 내 검을 줘.”
“어, 어어…….”
라인하르트의 요구에 스바루는 계속 안고 있던 그의 검을 건넸다. 애검의 감촉을 확인하는 라인하르트, 그 옆모습에 에밀리아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다.
“그 검, 뽑는 거야?”
“아뇨, 자루는 아직 빠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저를 받아 줄 생각은 없는 것 같네요……. 그래도 어쩌면 이 검 이외로는 맞붙을 수 없어 보이니까요.”
“뽑지 않은 검으로 맞선다니, 어쩌라는 거야. 칼집으로 때리는 건가?”
“아닙니다. 하지만, 멀지 않았습니다.”
편히 말하며 라인하르트가 앞으로 나간다.
레굴루스의 시선에서 스바루나 에밀리아를 감싸는 것 같은 위치에서 그는 자리를 잡았다.
“스바루, 이번에도 시간벌기를 맡겨 줬으면 좋겠어. 계속해서 권능의 간파를 부탁할게.”
“난이도가 한 단계 오른 느낌은 있지만 말이지. 그래도 힘낼게.”
“나, 나도 힘낼 테니까!”
“그럼, 저도 힘내는 걸로 하지요. ――갑니다!”
말을 끊고, 라인하르트의 몸이 앞으로 튀었다.
그것을 기다리던 레굴루스는 태연한 자세로 그것을 받아 친다.
“저기 말야, 못 봤어? 그 도마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방금 전 창 공격도 있지만…… 최악의 상상력이 부족하지 않아?”
“발밑의 잔돈을 찾으며, 위를 보는 것을 잊는다――나의 주인님의 말씀이다.”
“아 그래.”
싫증나 보이는 레굴루스의 한숨에 라인하르트의 일격이 겹친다.
살과 뼈를, 더욱이 단단한 것이 꿰뚫는 소리가 울려 퍼져, 무심결에 스바루의 목이 경직된다. 라인하르트는 칼집을 쥐어 검의 날밑과 자루 쪽으로 레굴루스를 때리고 있었다.
“――헤에, 무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타격음이 울린다는 것은 수룡이나 빙창의 결과와 다른 결과다. 적어도 라인하르트의 애검은 레굴루스를 타격해도 부서지지 않는다.
단지, 레굴루수 쪽에게 데미지를 주는 상황도 아니다. 아까까지 라인하르트의 공격에 데미지는 없어도 몸이 날아가는 반응은 있지만, 그것도 전무하다.
“자랑스러워 해도 돼. 용검 레이드를 내게 사용하게 한 건 네가 두 번째다.”
“비꼬는 걸로 밖에 안 들리는데, 완전히 바보 취급하는 거지? 검을 쓴다는 건 그런 의미가 아니지 않아? 상대를 깔보는 눈과 바보 취급하는 목소리, 아는 인간은 당연히 아는 거니까!”
“퍽이나――!”
레굴루스의 노여움을 사면서도 라인하르트는 초접근전을 계속한다. 흉인이 펴는 손가락을, 라인하르트는 조금 전을 상회하는 몸놀림으로 회피했다.
그 다리가 갑자기 멈췄다. 아니, 멈춰진 것이다.
자세를 흩뜨린 라인하르트가 그곳에 무릎을 댄다.
그 오른다리 정강이 주변이 터져 대량의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당했어!? 무엇으로!?”
스바루가 목소리를 높여 라인하르트도 통증과 곤혹스러움에 눈을 찌푸렸다.
뭐가 일어난 것인지, 멀리서 보는 스바루나 당사자인 라인하르트도 모른다. 그 해답은 출제자에게 실패의 답으로 가져간다.
“괴물 같은 눈과 움직임으로 자갈이나 물보라는 피해 준 것 같네요. 그렇지만, 무르지 않아? 진심으로 나와 싸울 생각이 있다면, 한숨에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될 거야. 거기에는 아까 한숨을 내쉬었지?”
“숨까지…….”
구부린 자세인 라인하르트에게 레굴루스가 용서없는 발차기를 한다.
직격되면 아마도 그 일발로 라인하르트의 몸이 조각나 흩어질 위력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앞두고 라인하르트는 회피행동을 하지 못한다.
바로 팔 안쪽의 검을 들어서 그 발차기를 칠흑의 칼집이 받는다――.
“크……읏!”
“뭘로 만들어 진 건지, 방해되는 칼집이네. 키에 맞지 않는 것을 갖고 있는 인간이란,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 건지, 난 전혀 이해를 못하겠어.”
방어한 라인하르트의 몸이 그야말로 고무공과 같은 기세로 튀어 날아간다.
걷어차는 위력을 죽이지 않고, 거리를 구르는 채로 단숨에 기세를 유지하며 옆의 건물에 들이받았다. 아직도 파괴는 계속되어 라인하르트의 몸은 어디까지나 계속 굴러간다.
마치 그 순간 걷어차인 라인하르트의 몸이 포탄이 된 것처럼.
“그렇다면.”
“――――!”
휙 날아간 라인하르트를 보낸 레굴루스가 생각났다는 듯이 이쪽을 돌아봤다. 그 시선에 꼼짝 못하게 된 스바루는 경계한다.
옆의 에밀리아도 즉시 마법을 영창해 순식간에 공중에 고드름을 늘어놓자, 그것을 사정없이 레굴루스의 전신에 때려 넣는다.
하지만, 결과는 뻔하다.
“이해력이 떨어지는 여자는 정말 싫더라. 예의를 가르칠 시간이라는 것도 큰일이야. 대부분 여자는 이해력이 떨어지니까, 우선 가르치는 입장이란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되겠지. 고분고분해지면 나쁘지 않지만 말이지.”
몸에 맞아 산산조각이 난 얼음 조각, 그것을 가만히 털어낸 레굴루스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려고 한다.
“에밀리아! 지금 녀석에게 무엇을 해도 안돼! 속임수를 모르는 중에는 손을 써도 닿지 않아!”
“그치만!”
“괜찮으니까, 어쨌든 지금은 도망쳐!”
끈질기게 버티려는 에밀리아의 팔을 끌고 스바루는 레굴루스로부터 피난을 선택한다.
그 스바루의 행동에 레굴루스는 분명 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하하, 도망치는 건가. 뭐, 그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 상황이 상황이고, 너희들이 나를 대적할 수 없을 테고, 애초에 처음에 인연을 이으려 했던 시점에서 그 정도라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치던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 달리는 둘을 보면서 레굴루스는 웃고 있다.
하지만, 눈감아 줄 마음이 있다면 거기에 편승할 뿐이다. 어쨌든, 조금이라도 발을 멈춰서 생각할 시간을――.
“――단, 도망칠 수 있다면 말이지.”
말하면서 레굴루스가 수로 쪽으로 도약한다. 그리고 수면에서 잡아 올린 것은 딱 두 동강이 난 수룡의 반신이다.
그는 그 수룡의 시체의 꼬리를 잡아, 그대로 불길한 미소를 띄우면서 돌아본다.
“저, 저기, 스바루…… 나, 엄~청 안좋은 예감이 드는데.”
“마음이 맞았네. 사실은 나도 그래.”
레굴루스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셈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된 행동이나, 제대로 된 결과를 불러오지 않을 것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런 까닭으로 스바루와 에밀리아는 더욱도 발을 빠르게 한다.
그 사이에 레굴루스는 위를 올려보며 즐겁게 크게 웃으며 도약했다. 바로 옆 건물의 지붕에 발을 딛고, 그대로 옆 건물의 윗층으로 뛰어올라 더욱더 높은 건물로 올라가면서, 시간탑과 같은 높이의 건물 꼭대기로.
말 그대로 서로가 콩알만하게 보일 정도의 거리가 벌어진 상태다.
그러나 그 정도 거리를 벌렸음에도 스바루에게는 레굴루스의 얼굴이 보였다.
――그 뺨을 일그러뜨린 흉인의 웃는 얼굴이 확실하게 보였다.
“자, 도망칠 수 있다면 도망쳐 보거라. ――신부 실격인 창녀와 그 여자를 애지중지하는 정신적 강간마에게, 내가 보내는 피의 비다!”
레굴루스가 양손에 수룡의 반신을 안아 올려 그 시체를 무자비하게 짜냈다.
용의 육체가 부직부직 소리를 내면서 조각나, 계속해서 흘러넘치는 선혈이 한계까지 흘러나와 그 피에 젖은 잔해를 레굴루스가 높은 곳에서 호쾌하게 휘돌렸다.
대량의 선혈을 흘리는 시체의 꼬리를 잡고, 마치 젖은 타월을 흔들 듯이.
머리 위를 선회시켜 피가 흩뿌려진다.
멀리멀리, 달리는 둘에게도 닿을 정도로 강한 위력으로.
그리고 그것이 가져온 결과는――.
“――스바루!!”
“도망쳐도망쳐도망쳐도망쳐도망쳐어――!!”
쏟아지는 피의 비가 파괴되어 도시를 유린하고, 융단폭격이 두 사람의 뒤를 노리고 바짝 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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