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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나는 조용히 사라지기로 했습니다(私はおとなしく消え去ることにします)》 53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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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0 04:00 (2019/10/31 21:19 수정)
저자 : 키리에(きり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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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종은 오지 않아. 여기는 눈치챌 수 없으니까.”
그때였다.
“그래, 보통은 그렇겠지.”
갑자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처음에 누구의 목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백작은 여전히 쓰러져 있다. 물론 아이히도 아니다.
“누구냐!! …윽.”
처음으로 가짜 요슈아의 얼굴에 여유가 사라졌다. 그리고 내 손을 붙잡고 있던 손에서 갑자기 해방됐다.
뭔가 지나간 느낌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어…?”
내 몸도 가짜 요슈아에게서 멀어졌다. 누군가에게 안긴 감각.
“아가씨….”
이, 목소리는….
“루, 루카?”
“네, 아가씨. ……다행이야, 무사해서 정말로, 다행이야….”
루카는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꼭 끌어안았다.
“루카….”
그 온기에 안심했다. 다행이야, 늦지 않았구나. 루카가 오는 건 보였지만 어떤 타이밍인지 전혀 몰랐다.
“제가 눈을 떼자 마자 이런 일을……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루카는 고개를 들고 내 볼을 어루만졌다.
“그런, 루카 탓이 아니야. 내 탓, 내 탓이야….”
내가 그때 약속을 어겨서 이렇게 된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아닙니다.”
“맞다, 아이히와 백작님이…!”
나는 그들이 있는 방향을 봤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괜찮아요. 아이히 님, 백작님은 이미 모셔 뒀습니다.”
빠르다. 그 말에 안심했지만 동시에 걱정도 됐다. 아이히는 피가 멈췄지만 백작은….
“루셰.”
내 사고를 자르듯이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어제 만났을 텐데 벌써 그리워졌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의 부름에 답을 하려 했지만 굳어졌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
화, 화났어?
아버지는 내 앞에서는 항상 무르고 생글생글거리는 얼굴이다. 잘못을 하면 혼나지만…. 그러나 그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분노를 아버지에게서 느꼈다.
“……잘 견뎠다. …늦어서 미안하다.”
그렇게 말하고 끌어안아줬다. 아버지의 몸은 떨리고 있었고, 나는 얼마나 걱정을 끼친 걸까…. 나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아니에요. 저는 아버지를 만나서 정말 기뻐요.”
“그러니. …저택으로 돌아가거라. 어머니도 글렌도, 모두 기다리고 있단다.”
어머니와 글렌, 할아버지, 할머니…. 고작 이틀만 떨어져 있었는데 빨리 만나고 싶어서 견딜 수 없다.
“루셰 공주, 무사한 것 같구나.”
그리고 또 한 사람의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폐하….”
폐하는 싱긋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도 감돌고 있는 분위기는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갑다. 그리고 폐하의 뒤에는 검은 복장, 얼굴에는 기하학문양이 그려진 탈을 쓴 집단이 따르고 있었다.
왕가직할암살전술특수부대”양염”(아지랑이)
이 나라에서 그들에게 명령할 수 있는 건 단 한 사람. 아버지조차도 할 수 없다.
그래, 그는 틀림없는 왕이다.
“폐하… 아이히 님을… 아이히 님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폐하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참, 틀림없는 리스틸이구나…, 아돌프.”
그건 아버지에게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 아이히가 울 거야. 그 아이와는 친구로 있어 줘.”
그 얼굴은 틀림없는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감동의 재회 중에 미안한데, 이제 좀 괜찮을까.”
가짜 요슈아가 쌀쌀맞은 미소를 띄우며 서 있었다.
“루카, 루셰를 데리고 가거라.”
“네.”
아버지는 나를 루카에게 맡기고 가짜 요슈아 쪽을 맞봤다.
“아버지, 폐하… 요슈아는“걱정말거라, 사랑하는 딸을 슬프게 하지 않을 거야
”폐하…….”
뭔가 방법이 있는 걸까.
“괜찮아요, 아가씨. …그럼, 갈까요.”
루카는 나를 단단히 안아들고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루셰 공녀.”
가짜 요슈아에게 이름을 불렸다. 이만큼이나 위기상황인데도 당황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즐거운 듯이 웃고 있다.
“아가씨, 보면“다음에는 데리고 갈게, 그럴 것이 너는………니까.””
루카가 내 귀를 막아서 뭐라고 했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루카가 나를 더욱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대로 문이 닫혔다.
아돌프는 루셰가 사라진 문을 가리듯이 가로막아 섰다.
“내 나라에서 꽤나 멋대로 날뛴 것 같구나.”
“이거이거 국왕폐하. 안녕하신지.”
가짜 요슈아는 우아하게 인사를 하면서 차갑게 웃었다.
“그거 고맙네, 가르디아 제국 황제폐하?”
왕도 마찬가지로 답인사를 했다.
“…그래, 무슨 일이지?”
“네가 황제라고 인정하지 않았어도 그것대로 괜찮지만, 네가 제국사람인 것은 변하지 않으니 선전포고라고 받아들인다?”
“아하하, 전쟁인가…. 좋은데. 그 참극을 되풀이하고 싶어? 나는 아직 애였으니까 그 광경을 볼 수 없었는데. …그러고 보니 국왕폐하의 누님과 선대는 그 때문에 돌아가셨다면서?”
아돌프는 재미있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그를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 광경은 아돌프의 뇌리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그는 그 전쟁에서 소중한 것을 발견했지만, 동시에 소중한 것을 잃었다.
그리고 그것은 국왕도 마찬가지다.
“……참 나, 제국은 네 교육을 어떻게 한 걸까….”
“아하하. 내가 이상하다는 거야? 하지만, 너희들도 그
“딱히 이용“이봐. 쓸데없는 말은 그만 하자.”……말하는 중인데.”
국왕은 자기 앞에 서 있는 친구에게 엄청난 살기가 나오기 시작해서 불평하는 것을 그만뒀다. 뭐, 어쩔 수 없나. 사랑하는 딸을 그렇게 만들었는데 이 남자가 화나지 않을 리가 없다.
“네네. 그러네… 그 몸의 원래 주인은 우리나라 아이니까 당장 돌려 줄래?”
“어쩔까.”
“네놈이 여기에 있어도 아무런 이점도 없을 텐데. 당장 꺼져라.”
아돌프가 엄청나게 분노하며 말을 내뱉었다. 사실은 베어 죽이고 싶겠지. 명장이 단련했을 터인 칼자루가 엄청난 악력으로 금이 가 있다. 사실은 베어 죽이고 싶지만, 벤 시점에서 죽는 건 요슈아 뿐이다. 본체는 머나먼 제국에서 잠자고 있다.
참으로 불쾌한 혈통이다.
“아하하, 상냥하구나. 이 아이를 죽여버리면 자동적으로 돌아가게 될 텐데.”
“아이에겐 되도록 상냥하게 대해야지. 아이는 나라의 보물이니까. 그런데 나가주지 않는다면… 곤란하네.”
곁에 대기하던 양염은 ‘전혀 곤란한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음험한 사람끼리 속고 속이기……. 아니,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정신계 술식에 의한 탈취…. 나도 아돌프도 그쪽 계열이 아니었지. …어이쿠!”
나이프가 옆에서 날아왔지만 아돌프가 어렵지 않게 쳐냈다.
“신하가 예의가 없네.”
“이런, 역시 안되나.”
인형사, 키스였다.
“뭐야, 살아있었네.”
“너무하지 않습니까? 이런 괴물들 속에서 살아있으니까 칭찬해주세요. …그런데 어떡할 겁니까? 밖은 방비가 단단해서 제가 도망갈 곳이 없는데요.”
“……그러네. 성가진 그물도 쳐져 있고……. 원하는 것은 찾았지만, 이미 여기에 없으니까. 아이들도 옮기는 건…… 엄청나게 귀찮아 보여.”
결계를 깨는 건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이번에는 물러나 줄게. 하지만, 다음에는 공녀님을 데려갈게?”
“누가 내주겠냐. 루셰는 우리들의 보물이다.”
“후후후…. 설마 죽었을 터인 그 분이 이런 곳에서 살아 계셨을 줄이야…. 능력이 없었다지만 좀 더 제대로 알아보라고 해야겠어…. 능력이 없어도 다음 세대는 제대로 낳을 수 있던 것 같으니.”
“네놈……….”
아돌프는 갖고 있던 검을 지금이라도 요슈아에게 휘두를 것 같은 기세였다.
“…돌아가려면 빨리 돌아가죠. 귀찮은 결계를 더 짜게 두면 당신께서도 돌아갈 수 없게 됩니다. 밖에 있는 건 그 재상이니까요.”
“알고 있어. 진짜 시끄럽네. ………좌표고정.”
그 순간부터 요슈아에게서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 나왔다. 자신들은 발음조차 힘든 무언가가.
한 때 이 세계에는 하나의 나라가 있었다고 한다. 그 나라를 다스리던 것은 어느 일족. 그 일족은 어느 때 신과 계약을 해서 불가사의한 힘을 손에 넣었다는 것 같다. 거짓인가 사실인가, 알 수 없지만.
번쩍
다음 순간, 강한 빛이 그들을 감쌌다.
아돌프 일행은 너무나 강한 빛에 얼굴을 가렸다.
“칫.”
“잘 있어, 열등종족님들~”
강한 빛이 그들을 감싸는 것과 동시에 인형사의 모습은 사라지고 쓰러진 요슈아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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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말.
양염 [陽炎]
맑은 봄날 햇빛이 강하게 쬘 때, 지면 부근에서 공기가 마치 투명한 불꽃과 같이 아른거리며 위쪽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
유의어 아지랑이, 야마(野馬), 유사(遊絲), 연애(煙靄)
국어사전에 있는 단어라서 그냥 썼습니다.
양염양염양염양념양염양념양염양염
2020년 03월 19일 23시 36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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